국악살롱

「2022 울산에이팜」(9월2~4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제1전시장)이 잘 끝났다. 에이팜(Asia Pacific Music Meeting)에 참여한 해외 인사(delegate)를 통해서 에이팜의 위상을 확인하게 된다. 지역음악을 주제로 삼은 학술회의도 괜찮았다. 패널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전문가였고,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에게 도움이 될 얘기가 많았다.
초이스 공연은 좋았다. 서도밴드와 상자루는 초청팀답게 능란한 무대를 선보였다. 또 한 팀은 ‘울산에이팜프로젝트2022’로 울산에이팜을 주관하고 있는 울산문화재단의 제작공연으로, 젊은 아티스트의 연대로 전통에 기반을 둔 크로스오버공연이었다. 에이팜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제 공연을 통해서 성사시키는 노력이 값져 보였다.
쇼케이스 공연은 무난했다. 모든 그룹들이 완성도는 꽤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함에도 각기 자신의 그룹만의 ‘특별한 그 무엇’이 발견되진 못했다. 아나야, 블랙스트링, 잠비나이, 숨(서정민, 박지하), 바라지 등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때의 그 신선한 충격을 이들에게선 느낄 수 없었다. 왜 그럴까? ‘기술력=사고력’의 불일치가 원인이다. 악기 또는 기기를 다루는 기술이 매우 발전했다. 반면 음악적인 사고력이 약하다. 이들의 음악이 한 때(지금)의 유행처럼 지나갈까 걱정된다. 유행과 경향은 다르다. 유행은 지나가며 없어지는 것이다. 경향은 남아서 존재하는 것이다. 유행은 피상적으로 겉으로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 경향은 깊이 사유하는 내면에서부터 표출된다. 우리는 지금 유행을 좇는 것인가? 신경향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거문고자리’는 내가 본 쇼케이스 중에서, 유일하게 유행이 아닌 경향을 만들고 있는 그룹이었다. 고민의 흔적과 사유의 노력이 실제 음악을 통해서 구현되고 있다.
로컬리티 공연은 아쉽고 아쉽다. 참여한 팀이 그간 울산의 문화발전에 큰 역할을 했음은 인정한다. 하지만 과연 울산에이팜의 출연팀으로서 적합했을까? 2022 울산에이팜의 중요한 화두인 지역음악, 곧 ‘지역음악의 글로벌화’적 측면에서 본다면 연결고리가 너무도 약하다. 지난 20세기의 유행한 어떤 일반적 공연을 보는 기분이었다. 단지 거기에 울산이라는 지역성을 명분적으로 강조할 뿐이었다. 로컬리티 공연에서, 크로스오버를 지향한 콜라보는 안타깝다. 서양적인 것을 가져오지만 ‘자기화’시키지 못한 수준이다. 전통적인 것을 가져왔지만 거기서 ‘새로움’이 부족했다. 악기를 다루는 스킬과 곡을 만드는 스킬이 둘 다 부족한 음악을 듣는 건 힘든 일이다.
울산에이팜이 지향해야 할 것은 글로컬뮤직이다. 한국음악의 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전략이다. 지역음악을 뜻하는 로컬(Local)뮤직과 세계음악이라는 글로벌(Global)뮤직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의 에이팜은 ‘명분적 토대’는 만들어졌으나, ‘실천적 결과’는 아직 만들어내진 못했다. 타 지역과 다른 ‘울산만의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울산에이팜이 음악과 움직임의 콜라보에 치중하면 좋겠다. 울산의 처용이 그렇지 않은가! 음악과 춤을 통한 윈윈 전략이 필요하다! 내가 본 공연 중에선 내드름연희단이 가장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