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살롱

1800년대 중반 이후 서양 세력이 청나라, 일본, 조선 등의 동북아시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당시 세계 최강인 청나라와의 교섭이 그들에게 큰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기존의 질서를 깨뜨리는 이런 서양 세력에 대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태도는 쇄국이었다.
하지만 서양 세력들은 사건을 일으켜 강제로 이들 나라의 문을 열었다. 아편전쟁과 하관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청 왕조와 도쿠가와 막부는 크게 흔들렸다. 특히 청나라는 그 정도가 심했다. 홍수전이 팍팍해진 삶에 불만을 느낀 일반 민중들을 모아 태평천국을 세운 후 10년간 청 왕조에 맞섰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 이후 청나라와 일본에서는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세력들이 등장했으며 이들은 결국 청나라와 일본을 변화시켰다. 대표적인 사람이 청나라의 이홍장과 도요토미 히데요시다.
상군(湘軍), 회군(淮軍) 등 사병을 모아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한 이홍장은 양무운동을 일으켜 청나라의 근대화를 이끌었다. 청나라군을 최신 무기로 무장시켜 조선과 일본은 물론 영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 등을 상대로 외교력을 발휘하며 19세기 세계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하관사건 이후 일본 개화기를 이끌었던 사쓰마번의 하급 무사 출신인 이토 히로부미는 영국, 미국, 독일 등으로 유학을 다녀온 뒤 새로운 일본의 청사진을 마련한다.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리고 천왕 중심의 입헌군주국 일본을 내세운 메이지유신의 주역인 사이고 다카모리, 기도 다카요시, 오쿠보 도시미치, 사카모토 료마 등이 죽자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의 새로운 주역 중 하나로 부각된다.
이들에 견줄만한 인물이 김홍집이라 할 만하다. 그는 조선의 개화사상을 이끌었던 ‘박규수 사랑방’ 출신이다. 이곳에서 김옥균, 홍영식, 박영효 등 갑신정변의 주인공들과 교류했었다. 그리고 2차 수신사로 임명되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의 변화를 몸소 배우고 익힌 사람이었다. 그는 개화사상을 가졌지만 갑신정변을 일으킨 친구들과 달리 점진적 개혁을 주장하였다. 그는 조선의 개혁과 근대화를 위해 노력하였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 조선의 조약체결,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혁명, 아관파천 등 수많은 역사적 사건의 조선 대표자였다.
하지만 문관 출신인 그는 민비와 대원군의 대립, 위정척사파와 개화파, 민중과 위정자 사이의 갈등 사이에서 역부족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민비와 고종은 절대 권력을 놓지 않았고 재화에 욕심도 내려놓지 않았다. 그는 뇌물과 부정, 부패가 판을 치는 조선을 바꿀 힘이 없었다. 일본군에 의해 민비가 피살되자 조선 백성들의 분노는 조선의 초대 총리였던 그에게 향했다.
러시아 공사로 피신한 고종은 그에게 민비 죽음의 책임을 물어 사형을 언도했다. 어설픈 순사에 의해 그의 목은 참수되었는데 한 번에 목이 잘리지 않아 목과 어깨가 난도질당했다. 사지가 잘린 그의 시신은 종로에 버려졌는데 백성들은 그의 살점을 떼어가고 동탁처럼 그의 배에 불을 붙이기도 하였다. 무능한 권력자들에게 조종당한 무지한 백성들에 의해 조선 최고의 외교관은 그렇게 비참하게 죽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