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살롱

강원도의 대표적인 작물을 떠올리면 아마도 감자, 옥수수, 메밀 순으로 연상되지 않을까 싶다. 감자옹심이는 강원도 정선, 영월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지역 향토 음식이다. 감자를 갈아 물기를 꼭 짜낸 뒤 가라앉은 녹말가루와 섞어 새알처럼 작고 둥글게 빚어 서늘한 곳에 두었다가 끓는 육수에 넣어 익힌다.
팥죽 등에 들어가는 찹쌀로 빚은 새알심의 강원도 사투리가 옹심이인데, 처음에는 새알처럼 작게 빚었으나 조리 시간과 일손을 줄이고자 다소 투박하게 크게 만들어 넣은 게 오늘날 많이 먹는 감자옹심이다. 감자옹심이는 곡물이 부족했던 강원도 선조들이 겨우내 삭힌 감자에서 나온 녹말을 반죽한 뒤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채소 국물에 끓여 영양분을 보충하던 먹거리다. 요즘 상업화한 감자옹심이는 사실상 감자수제비에 가까운 편이지만, 강원도 어디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먹거리고,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감자옹심이 집이 허다할 정도로 꽤 대중화된 음식이다.
현재 강원도 영동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속초, 양양, 강릉, 삼척 등에 가면 전통시장의 오래가게(老舖)를 비롯해서 실로 이름난 옹심이 음식점이 수두룩하고, 손님들은 오래도록 줄을 서서 기다린다. 강원도에서 타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인 속초에 그리 이름나지 않은 ‘항아리 감자옹심이와 홍합칼국수’라는 다소 긴 상호의 음식점이 동네 골목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인심 좋아 보이는 부부와 아들, 딸이 도와서 운영하는 이 가게는 음식 하나하나를 정말 성의껏 만들어 내어놓기에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지루함이 다소 있지만, 한술 뜨는 순간 입 안에 행복감만 남는다.
감자옹심이와 들깨감자옹심이가 단지에 담아져 나오는데, 선택은 기호와 취향이지만 둘 다 맛만은 최고다. 쫄깃한 식감을 가진 옹심이와 시원한 국물맛이 아주 일품이다. 속초 전통시장 내에 유명한 옹심이 가게에 한 시간도 넘게 기다리다 들어가지만 솔직히 이 집만 못하다. 자그마한 가게여서 밑반찬도 다 손수 조리하고, 마셔보라고 내어놓는 차도 보리 새싹 등을 말려 정성껏 우린 음료라 감동이 밀려온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탱탱한 홍합 듬뿍 들어간 홍합장칼국수는 쫄깃한 면발에 얼큰하면서 시원한 국물 맛이 으뜸인데, 강릉이나 양양의 이름난 장칼국수도 이 집에 견줄 수가 없다. 감자옹심이 하는 집이지만 홍합장칼국수도 강추며, 맑고 칼칼한 홍합칼국수는 취향 선택이다.
감자를 잘 갈아서 두툼하면서도 바싹하게 부친 감자전, 김치나 곤드레로 속을 넣어 맛깔나게 만든 메밀전병, 청양고추가 송송, 해물이 푸짐한 파전 등은 강원도 명물인 옥수수 막걸리를 아니 부를 수가 없다. 사실 차림표의 먹거리를 다 입맛에 맞게 조리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집에서 어느 거나 손길이 바삐 가게 되는 건 부부의 음식 솜씨에 정성까지 담긴 까닭일 터이다.
속초시 조양동 골목에 있는 이 집은 주차장도 없어서 동네 골목이나 빈터에 눈치껏 주차해야 하지만, 청초호가 가까이 있고 풍광 좋은 외옹치항도 10여 분 거리에 있어서 맛있는 포만을 느낀 뒤 둘러볼 곳으로 향하기가 좋다. 문의 0507-1462-8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