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살롱

1950년 6월25일 오전 10시경. Y중학생 A군은 서울 운동장 근처에서 전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동대문 쪽에서 군용차량이 급박한 음성으로 삼팔선에서 기습전투가 벌어졌으니… 휴가 장병들은 속히 본대로 귀대하라며 달려갔다. 다음날 26일 월요일. 영문도 모르고 등교. 약간 술렁이는 분위기로 오전수업만 하고 하교시켰다.
27일 화요일. 등교, 교실에 학생 몇 명만 나오고, 수업 없이 귀가시켰다. 전차로 신길동 종점에 내리는데 갑자기 사격하는 소리가 요란했다. 시민들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가로수 밑으로 엎드렸다. 북조선 비행기(MIG)가 여의도 비행장에 기관총 사격하는 소리였다,
27일 자정을 넘어 꽝 하는 굉음이 들리고(한강 인도교 폭파), 28일 수요일 날이 채 밝기도 전에 비를 맞으며 안양 과천을 거처 남한산성을 넘어서 퇴촌 고향 집에 한밤중에 도착했다.
북조선 괴뢰군의 6.25 기습 남침 한국전쟁의 시작이었다. 수도 서울은 9월28까지 ‘고난의 90일’(모윤숙) 악몽을 겪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곤욕스러운 입장이 되기도 하고, 신분이 알려진 인사들은 피신을 하기도 했다.
작곡가 박시춘(朴是春) 씨는 1930년대부터 「애수의 소야곡」(남인수) 등 많은 가요를 작곡 발표하고, 광복 후에는 「가거라 삼팔선」(남인수), 「신라의 달밤」(현인) 등 새 시대를 열어가는 노래를 발표한 가요계의 대표적인 저명인사이다. 그는 동원을 피해서 광주 어느 산골 마을에 피신했다. 수수한 차림으로 지내면서도 신분이 밝혀질까 봐 얼마나 긴장된 하루하루를 보냈을까…. 그렇게 뜨거운 여름을 지내고 UN군 인천상륙작전으로 9월28일 서울 탈환,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했다.
환희와 감격에 벅찬 박시춘은 서울로 달려오는 차 안에서 맬로디를 떠 올리고 노랫말도 붙여봤다(동아방송 인터뷰). 그리고 유호 씨를 만나서 3절까지 노래를 만들었다.
「전우야 잘 자라」. 낙동강 전투에서 적을 무찌르고 전진, 추풍령을 돌진해 넘고, 마침내 서울에 도달하니 한강 수도 잘 있고 노들강변에 들국화가 피어나 반겨준다. 「전우야…」는 서울을 탈환한 승전의 노래이고 감격의 노래이지만 끝 소절마다 잠들은 전우들에게 잘 자라고 위무하며 마친다.
이 노래는 3절 “한강수야 잘 있구나 우리는 돌아왔다 들국화도 송이송이…” 승전 행진으로 원점을 탈환 귀환하는 부분이 클라이맥스다. 특집 방송에서는 3군 합창단이 멋지게 불러 감동을 주기도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들을 수 없고, 요즈음 유튜브 동영상에서 들을 수 있는데, 참전용사, 김희갑, 고교 합창단 등 노래에서 이 부분이 빠지고, 현인이 부른 한 곡만 3절까지 원곡을 들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 노래를 취입한 레코드판을 볼 수가 없어서 확인할 수가 없다. 유호 씨 생전에 만나서 확인했으나 본인도 기억이 확실치가 않았다. 「전우회보」에 4절까지 기재돼 있는데, UN군과 국군이 계속 북진하면서 4절이 추가된 것으로 생각된다. 「전우야 잘 자라」는 6.25 한국전쟁 전투 중에 위기에서 역전시키는 계기로 넘어가는 노래이기 때문에 전쟁가요로 국민가요로, 원곡대로 기록을 남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