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살롱

인공지능이 우리 삶 구석구석을 파고들고 있다. 아무리 구식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다고 해도, 그 옛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던 당시의 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연산을 해내고 있는 시대다. 삶 곳곳에 인공지능이 포진했다는 말은 흔한 레토릭이 아닌 현실이다. 하나 더, 장삼이사(張三李四)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은 언급하면 대개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주범처럼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 역시 ‘사람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도 우리가 처한 적나라한 현실이다.
미래학자 마틴 포드의 「로봇의 지배」는 인공지능 연구의 현재 상황, 그것이 향후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노동, 경제, 사회, 국제, 정치, 문화 등의 영역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기술 현실주의자’라고 부르는데, 현재의 기술 발전 상황을 직시하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그는 직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현실 인식은 인공지능이 인간 생활 모든 차원에서 더 나은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공정하게 사용하기 위한 규제와 광범위한 관리 감독을 더 강화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인공지능은 인간 삶에 큰 방패막이 되고 있다. 축적된 데이터와 빠른 학습 능력으로 기후변화를 대처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도출하고 있으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또 다른 팬데믹에 대한 자료도 하나둘 쌓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세간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궁극에는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떠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음성이나 영상으로 생성하는 딥페이크 기술로, 선거 등에 무차별 사용되면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저자는 인공지능은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되어 진화하고 있으며, 진정한 혁명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곧 인공지능이 ‘전기’처럼 사용될 날이 올 거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 등이 거의 완전하게 갖춰졌고, 다국적 기업들이 거대한 클라우드 컴퓨팅 시설이 완비되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을 움직이도록 만드는 일을 누가 수행하느냐의 문제다.
저자는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완전하게 수용하는 열린 시각을 갖되, 어떤 경우에는 인공지능의 적용을 규제하거나 금지하는 실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규칙을 명확하게 세우는 일이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의 절대적 사명이라는 말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정책적 개입이, 어떤 부분에서는 인문학적 성찰이,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인공지능을 선한 마음으로 운용할 수 있는 세상, 그것이 저자가 꿈꾸는 미래상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기술을 움켜쥔 권력과 자본의 힘과 항상 대립각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이 기술 현실주의자인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