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평

작년과 올해 들어, 영국 예술과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 드는 이유는 ‘2017-2018 한영 상호교류의 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한영 상호교류의 해’는 주한영국문화원의 주최 및 주관으로 2017년 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진행되었다. ‘창의적 미래(Creative Futures)’를 슬로건으로 한 ‘한영 상호교류의 해’는 양국의 예술가들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새로운 관객을 끌어들이는데 주(主)목적으로 두고 있다. 특히, 영국의 우수하고 혁신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한편 양국 예술가나 예술기관 간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 엘지아트센터에서 웨인 맥그리거의 『아토모스』, 마이클 키칸-돌란의 『백조의 호수』, 스코틀랜드국립발레단의 『헨젤과 그레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아크람 칸의 『언틸 더 라이언스』, 국제현대무용제(MoDaFe)에서 발레보이즈의 『라이프』, 게코의 『웨딩』 등을 꼽을 수 있다. 후자의 경우에도 여러 페스티벌과 기획공연을 통해 한국과 영국의 무용가들이 협업한 작품들이 발표되어왔다.

‘2017-2018 한영 상호교류의 해’의 폐막을 알리는 행사는 3월17~18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있었다. 평창패럴림픽 계기 문화올림픽 사업인 ’페스티벌 아름다름-아름다운 다름’으로 한국과 영국 무용가들의 협업 작품이 선보여졌다.
대극장을 장식한 것은 안은미와 칸두코댄스컴퍼니의 『굿모닝 에브리바디』다. 칸두코는 장애 및 비장애 무용수들로 이루어진 영국 무용단으로 2006년에 내한하여 우리 관객에게도 알려져 있다. 여러 부위와 정도의 장애를 지닌 무용수들이 등장하여 각각 나름의 움직임을 펼치는 가운데 비장애 무용수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팔이나 다리가 절단된 무용수들이나 휠체어를 탄 무용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다채로운 움직임을 펼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감흥을 준다. 여기에 안은미 특유의 키치적인 감각이 관객의 시청각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에 앞서 소극장에서는 『공·空·제로(Zero)』란 듀엣이 김보라와 마크 브루에 의해 전개되었다. 시간, 몸, 제약 등의 공통된 관심사를 움직임으로 전환하는데 있어 각각의 표현과 서로의 교감을 교차해간다.

장애를 가진 무용수들은 상당한 제약과 한계를 가지고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다가, 장애 무용수가 비장애 무용수와 함께 하나의 주제를 그려나간다는 것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장애 및 비장애 무용수들 간의 협력작업은 그 자체에서 가치를 찾아야지, 그 이상의 창조적인 예술성을 바랄 수는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현대무용가 로이드 뉴슨(DV-8 Physical Theater의 예술감독)이 『삶의 대가(Cost of Living)』에서 보여준 창의적인 동작 구성과 상상력 넘치는 전개는 장애 및 비장애 무용의 지평을 한껏 열어 주었다. 천재적인 예술가의 혁신적인 창작은 이후 다른 예술가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예술의 고지를 본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안은미와 칸두코댄스컴퍼니, 김보라와 마크 브루 또한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