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약한 동물(動物)들이 본능적(本能的)으로 지니고 있는 외적(外敵)에 대(對)한 집단적(集團的)인 방위심리(防衛心理)는 왕왕(往往) 같은 명제(命題)밑에 종사(從事)하는 자(者)들 간(間)에 있을 수 있는 질투 같은 일종(一種) 사치(奢侈)스런 경쟁심(競爭心)에 비하면 한결 순수(純粹)한 것이며 대전이후(大戰以後)에 생겨진 사고방식(思考方式)으로 ‘독재자(獨裁者)나 전쟁(戰爭), 이런 불법(不法)에 대(對)하여 그것을 고발(告發)하지 않거나 항의(抗議)치 않는 모든 사람에게 책임(責任)이 있다’는 말에도 일맥(一脈) 통(通)하는 것으로 요(要)는 공동운명체(共同運命體)일 때 이것에 대하여 어떠한 형태(形態)로서든지 간에 불법(不法)한 일이나 조건(條件)이 닥쳐오면 이것에 저항(抵抗)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지난 3월31일 4월1일 양일(兩日) 시공(市公)관에서 제1회(第1回) 국방예술제(國防藝術祭)를 정훈부(政訓部) 주최(主催)로 열었다. 그런데 이런 식(式)의 종합예술제(綜合藝術祭)가 무용(舞踊)에 가져온 폐단(弊端)이 과거(過去)에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것은 종합예술제(綜合藝術祭)가 지녀야 할 공정성(公正性)이 일방(一方)에 편중되는 데서 온 것인데 이번에도 역시 이 폐단(弊端)을 그대로 답승(踏承)하고 말았든 것이다. 어떤 한 개인(個人)의 발표(發表)로 만들고 만 것이다.
물론(勿論) 주최측(主催側)이 당일(當日)의 담당(擔當)프로를 어떤 일(一) 개인(個人)에게 위촉(委囑)하고 안 하는 것은 권한(權限)에 속(屬)하는 문제(問題)로만 생각할 수 있으며 그대로 별의의(義)가 있을 것도 아니지만 일(一)년 한 번 있으나 마나한 종합예술제(綜合藝術祭)를 이런 형식(形式)으로 처리(處理)해버린다면 기(期)할 바의 성과(成果)가 반(半)감되는 것도 그러려니와 금후(今後)힘의 규합(糾合)을 목표(目標)로 하는 종합(綜合)성에 균열(龜裂)이 생겨지기 때문이다. 이번 무용(舞踊)담당(擔當)인 김윤학(金潤학) 씨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불행(不幸)히도 이번 무용(舞踊)이 현재(現在) 한국무용계(韓國舞踊界)의 그 어느 일면(一面)도 대표(代表)할 수 없는 무가치(無價値)한 것으로 공인(公認)된 것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하는 반문(反問)이 저절로 생겨지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은 예술의 한 분야(分野)를 담당(擔當)하고 있는 전문가(專門家)들이 간판(看板)걸고 있는 무용(舞踊)교섭단체(交涉團體)에 상의(相議)하는 것이 정상(正常)이 아니겠냐하는 것이다. 이런 관례(慣例)가 앞으로 계속된다면 불원간(不遠間) 있어질 외국(外國)과의 문화교류(文化交流)에나 또는 외빈(外賓)의 초대공연(招待公演)에 있어서도 자칫하면 어떤 한 사람의 독단(獨斷)이나 흥미(興味) 또는 개인(個人)안면(顔面)으로 실력(實力)에 기준(基準)치 않고 인선(人選)이 좌우(左右)된다면… 참으로 두려운 일이다. 사실(事實) 무용계(舞踊界)의 공인(公認)받지 못할 독선가(獨善家)들이 무용(舞踊)을 그르칠 염려(念慮)가 있고 그런 예(例)가 허다(許多) 하였든 것을 상기(想起)해야 한다. 지난번 부산(釜山)에서 다행(多幸)스럽게도 실패(失敗)된 일이지만 소위(所謂) 외빈(外賓) 문화(文化) 사절(使節)을 꿈꾼 무용가(舞踊家)가 가지 못하게 되자 준비(準備)한 작품(作品)이 공개(公開)되었을 때 그 저열(低劣)함에 모든 사람을 놀래게 한 사실이 있었다.
김윤학(金潤鶴) 씨의 칠회(七回) 공연(公演) 때에 한 말을 재언(再言)하는 것이지만 민속무용(民俗舞踊)의 사활(死活)을 지배(支配)하는 ‘품(品)’ 이나 ‘연(軟)’ 함을 씨의 움직임의 번(繁)잡함이나 경직(硬直)에서는 볼 수 없으며 여장(女裝)무는 혹 시도로서 한번쯤 있을 수 있겠으나 소녀(少女) 극단(劇團)도 아닌데 이상(異常)한 효과(效果)를 노리는 것은 희극(喜劇)을 면(免)치 못하는 소작(所作)이다.
해부학적(解剖學的)인 남녀(男女) 근육(筋肉) 중력(重力)을 의상(衣裳)으로 감춘다더라도 골격(骨格)의 조성(成) 비례(比例) 안면(顔面) 골상(骨相)의 고저(高低)를 재고(再考) 해야 할 것이다.
또 무용미(舞踊美)는 완전(完全) 성장(成長)의 체격(體格)의 균형(均衡)에서 있을 것이며 미성장(未成長)의 귀여움이나 재롱부림에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들을 무용(舞踊)무대(舞臺) 위에 경매(競賣)하는 것은 악습(惡習)이다.

4287년(1954년) <제일신보(第一新報)> 4月4日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