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7일 인쇄
2018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1월호 통권 503호 |2018년 10월 18일 목요일|
 

의학살롱

 

신생아 중환자실 대책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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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金元仲)(시너지정형외과 원장)

생명은 고귀하고,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생명을 위급 상황에서 구해내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든다. 돈은 아주 중요한 자원(resource)이며, 특히 이 자원이 공공재(public property)인 경우, 분배에 공정성과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어떤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의 건강과 안녕을 유지하기 위하여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경우, 이 비용을 사회에서 부담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합의(consensus)가 필요하며, 동의를 하는 사람들은 그에 합당한 비용을 분담하여야 한다. 요사이 신문 지상을 달구는 신생아 중환자실 연쇄사망 사건은 사회적인 컨센서스와 합당한 부담이라는 성숙한 동의가 없이 정부가 (더 정확하게는 공무원이) 일방적으로 선심 쓰듯 부의 분배를 결정한 결과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숙아들은 정상적인 신생아들과 달리 특별한 치료와 간호가 없는 경우 대부분 죽게 된다. 그러나 현대 의학의 비약적인 발달로 불과 수백그램밖에 되지 않는 미숙아들도 제대로 된 치료만 받으면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제대로 된 치료라는 것은 제대로 된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지 않으면 절대로 가능하지 않아서, 만일 태어나는 미숙아들을 살려야 한다는 사회적 컨센서스가 있다면 그에 합당한 투자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비용을 구성원들이 부담해야 한다. 아직 확정이 된 것은 아니나 사망한 신생아들은 모두 같은 감염원으로부터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균에 감염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운이 없게도 약제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균이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이렇게 조제 과정에서 균이 들어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시스템 하에서 일을 하다가 발생한 문제이므로 시스템 자체를 바꾸지 않는 이상 반드시 반복적으로 발생하게 되어 있다. 일례로, 현재 우리나라의 보험체제는 약제의 포장단위는 고려에 넣지 않고 실제 사용한 양에 대해서만 수가를 인정하고 있다. 포장단위가 20cc인 약제를 5cc 정도 사용하면 5cc의 값만 인정하고 나머지 값은 주지 않으니 이 약제를 재생하지 않으면 병원은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 이번에 사망한 신생아들은 이렇게 여러 명이 한 통의 약제를 나누어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잘못된 시스템의 희생양이다.
우리 국민 다수는 우리나라가 의료 선진국이라는 전혀 근거 없는 정부의 프로파간다(propaganda)에 홀려 싼 값에 제공되는 높은 보장성에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감염을 줄이기 위해서 외국에서는 모두 1회용으로 사용하는 의료기들을 재사용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수술시 사용하는 기구 수가를 50%를 주면 두 번 사용하라는 말이 아닌가?) 우리나라에서는 성형외과를 제외한 모든 외과계가 저수가에 눌려 고사 직전에 있다. 어떤 한 개 과목이라도 젊은 의사들의 기피과가 되면 그 과가 진료하는 병에 걸리는 운 없는 사람은 터무니없는 고생을 하고 외국을 전전하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가장 큰 위험부담에도 경제적 부담은 물론 모든 비난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산부인과부터 기피과로 현재 하나씩 사라져 가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