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8일 인쇄
2017년 1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7년 11월호 통권 501호 |2018년 12월 11일 화요일|
 

사 료

  밤이 깊었습니다(2)
   田惠麟 未公開 隨想(전혜린 미공개 수상)


전혜린(田惠麟)

車(차) 소리도 발걸음 소리도 멎었고, 바람소리가 별과 섞이는 時間(시간)이 되었습니다. 暗黑(암흑)의 魔力(마력)이 噴水(분수)처럼 소리높이 우리 속에서 또 우리 주변에서 솟아나고 소리를 내면서 흐르는 시간입니다.

내 마음도 밤입니다. 모든 연인들의 마음처럼 밤입니다. 그리고 분수처럼 소리높이 내 마음은 깨어납니다. 낮 동안 모든 굴레와 생활이 주는 汚辱(오욕)에 눌려져 있던 내 마음이 비로소 크게 노래하는 시간이 왔습니다.

낮 동안 우리는 얼마나 밤에 굶주렸었는지 모릅니다. 거칠고 손때 묻은 石灰(석회)벽 속에서 손을 더럽히는 노동에 종사해야 했던 우리의 영혼이 한 송이의 리라꽃으로 變身(변신)하는 시간이 왔습니다.

魔術(마술)의 시간, 陶醉(도취)의 시간, 사랑을 위한 시간입니다. 낮 동안 잠들었던 우리의 마음이 활짝 깨어나고 그리움에 몸부림치면서 純粹(순수)를 찾는 때입니다. 아, 영혼으로만 가득 찬 밤 속에 있고 싶습니다. 散文(산문) 대신에 詩(시)를, 計算(계산) 대신에 낭만을, 現實(현실) 대신에 꿈을 우리에게 갖다주는 것은 다만 밤뿐입니다. 어떤 애인보다도 부드럽고 甘味(감미)롭고 짙은 밤뿐입니다. 밤이 없다면 우리의 生(생)은 살만한 것일까요? 계속적인 倦怠(권태)와 疲困(피곤)에 질식해버릴 것이고 애인과 만나는 일도 없어지게 되고 말지 않았을까요? 밤이 없었다면….

밤이 있으므로 해서 우리의 생은 生氣(생기)를 얻습니다. 우리의 애인은 매혹을 얻습니다. 밤처럼 우리를 도취시키는 것이 또 있을까요? 우리들 누구나를 마술사로 만들어 버리고 童話(동화)의 主人公(주인공)으로 錯覺(착각)시키는 것은 밤이 가진 힘입니다.

밤에 우리는 낮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비약을 합니다. 우리는 미칠 듯이 불타고 흐르고 불길 속에 뛰어듭니다. 限(한)없는 불길 속에, 목숨 속에 우리는 마음을 던져넣고 몸을 내어 맡깁니다. 누구나가 누구나에 대해서 애인일 수 있는 순수한 순간을 밤은 만들어냅니다. 어떤 낮의 日光(일광)보다도 우리의 밤의 영혼은 뜨겁고 熱狂的(열광적)이고 맑습니다.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가슴을 더듬듯 우리는 밤의 乳房(유방)에 얼굴을 파묻고 밤에서 흘러나오는 향기와 꿀을 빨아들입니다. 연인을 위한 시간! 우리 모두가 참다운 연인으로 變身(변신)하는 시간! 가슴속에서부터 맑은 샘물이 소리를 내면서 쏟아져 나오는 시간입니다.

누구나에게 밤은 연인이 되어줍니다. 우리의 작열하는 영혼과 신비하게 비약하는 몸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검게 무겁게 포옹해주는 애인이 밤입니다. 보석처럼 빛나는 순결한 肉體(육체)를 우리는 어둠속에 내어 맡깁니다. 그리고 뜨겁게 뜨겁게 땅과 포옹합니다. 우리의 精神(정신)이 흙과 섞입니다. 흐느끼면서 우리는 흙의 습기와 암흑에서 母性(모성)을 理解(이해)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낮 동안의 노동이 蒼白(창백)하고 立體感(입체감)없이 평평한 무엇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낮을 觀念(관념)이라면 밤을 땅이라고 육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념에만 사로잡힌 사람은 결국 인간일 수 없는 亡魂(망혼)에 不過(불과)합니다.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영혼의 향수가 向(향)하고 있는 것은 밤입니다. 무엇보다도 밤입니다. 밤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참으로 현명한 사람은 아닙니다. 밤이 우리에게 주는 充溢感(충일감)과 보호되어있는 느낌이 자기의 것이 아닌 사람은 정신의 不具(불구)입니다. 절름발이입니다. 생에 熱狂(열광)하는 사람이 同時(동시)에 죽음을 熱愛(열애)하고 있듯 우리는 낮과 밤을 모두 사랑할 줄 알아야겠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영혼에 제일 밑에 고여 있는 샘물을 끌어내어 솟아오르게 하는 것은 낮이 아니고 밤입니다. 낮을 일에 밤을 휴식에 할당하신 하나님은 과연 예지로운 분입니다. 낮은 투쟁과 모순, 밤은 조화와 고요, 낮은 생활, 밤은 사랑, 낮은 산문, 밤은 詩(시), 이렇게 分類(분류)되는 것도 모두 그것에 비롯하는 것이니까요.

밤입니다. 바람소리가 별들과 混合(혼합)되는 시간, 신비가 탄생하는 시간, 마술이 이루어지고 연금술이 증명되는 시간, 애인들의 침대가 딸기빛으로 붙타는 시간입니다. 어둠의 두터운 포옹 속에 우리의 그리움을 모두 쏟아버리는 시간입니다. 질식을 위한 시간 환희와 도취를 약속하는 시간입니다.

커튼이 두껍게 가린 창은 어둠을 더 짙게 몰아다주고 있습니다. 完全(완전)한 암흑 속에서 당신의 영혼을 라일락꽃으로 변형시키십시오. 지금이 바로 기적이 일어나는 시간인 것입니다. 당신의 애인은 침대 속에 당신 대신에 한 송이의 흰 라일락 가지가 놓여있는데 놀랄 것입니다. 밤입니다. 모든 연인들의 시간입니다. 내 마음도 지금 분수처럼 소리를 내면서 밤을 향해 솟아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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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을 마치고
本誌(본지) 「춤」 創刊(창간) 10년 전인 1966년 단 한 번으로 끝나버린 舞踊評論 同人誌(무용평론 동인지) 「춤」에 보내졌던 글 중 田惠麟(전혜린) 씨의 未公開(미공개) 隨想(수상)과 斷想(단상)을 싣는다. 이런 原稿(원고)들은 續刊(속간)되지 못하면서 오늘까지 36년 동안 묻혀 있었다. 그때 책의 편집후기
「… 책의 발간이 늦어져 田惠麟 씨는 그동안 故人(고인)이 되었다…」 로 되어있다. 어쨌든 이 天才(천재)의 글이 그의 遺稿集(유고집)에 追加(추가) 될 수 있어서 기쁘다. (兮)
<춤 2002년 4월호>

*) 1966년 무용평론 동인지 「춤」지에 보내졌으나 (속간되지 못해) 게재되지 못한채 묻혔다가 36년만인 2002년 본지 4월호에 실렸던 전혜린 씨의 미공개 수상 총 4편을, 본지 통권 500호를 기념해 4회에 걸쳐 다시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