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새삼스러운 변명(辨明)같기도 하지마는 이번처럼 무용(舞踊)이 두려웁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다.’
이것은 송범군의 인사(人事)말이다. 사실(事實) 이 말은 인사(人事)말로만 끝났다. 우리는 잘못된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할 필요(必要)는 없지만 잘못된 것을 알면서 그대로 되푸리 하는 것은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무용인(舞踊人)만이 아니고 전체(全體) 문화인(文化人)이 지녀야 할 ‘모랄’인 것이다. 여기서는 작품(作品) 하나하나의 성과(成果)를 평(評)하려는 것은 아니나 이 작품(作品)이 가질 수 있는 배경(背景)이 너무나 안이(安易)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미증유(未曾有)의 민족(民族)수난(受難) 서울철수(撤收)사상(思想)의 투쟁(鬪爭) 그리고 전쟁(戰爭)… 또 첨가(添加)하여 서울 복귀(復歸)初公演(초공연)이란 자극적(刺戟的)인 표제(標題)에 있어서…
무용인(舞踊人)의 한갓 정서(情緖)나 감상(感賞)으로 가질 수 있던 소품(小品)시대(時代)는 벌써 지난 지 오래다. 더구나 설명(說明)을 서론(序論)삼든 초창기적(草創期的) 친절(親切)(?)에 있어서랴!
이번 작품(찬조출연제외) 전부(全部)가 구작(舊作)이니 새삼 논(論)할 바는 못되나 ‘출진(出陣)’, ‘사사(使蛇)의 춤’, ‘뱀의 생리학(生理學)’, 같은 것은 남방무(南方舞) 다부라(북인도의 북)의 리듬생리(生理)를 어느 정도(程度) 체득(體得)한 송범(宋范) 군에만 있을 수 있는 독창적(獨創的)인 것이다. 특히 ‘출진(出陣)’ 의 현란한 의태(擬態)와 육추(肉追)하는 스릴은 역시 관중(觀衆)을 압도(壓倒)하는 자신(自信)있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뱀의 생리학(生理學)’은 독(毒)스런 뱀이 아니고 늙고 병(病)든 뱀의 추억같이 생각지 못한 것이 무용(舞踊)이 뱀을 상징(象徵)하는 것이 아니고 설명(說明)하려는 억지에서 온 것이었다.
언제나 송범 군에 있어야 할 말은 기관의 균형(均衡)이 있을 때 건장(健壯)하다는 법칙(法則)은 비단 생리학(生理學)에만 적용(適用)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몸(테크닉)만이 성장하여 그것이 아무리 적(敵)을 공격(攻擊)할 수 있는 위대(偉大)한 무기(武器)일지라도 그 조화(造化)를 잃을 때 전세기(前世紀)에 멸망(滅亡)한 맘모스나 ‘이솝이야기’의 사슴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소극적(消極的)인 자기숭배(自己崇拜)나 도취(陶醉)의 무(無)위를 버리고 싸울 수 있는 대담(大膽)한 갱신(更新)의 결의(決意)를 대치(代置)치 않으면 안 된다.
찬조출연(贊助出演)으로 나오는 전수길(全壽吉) 양(孃)의 ‘메리나의 무희(舞姬)’는 바라이데 적(的)인 감정(感情)의 과대(誇大)를 강조(强調)하는 몸부림으로 관객(觀客)의 인기(人氣)는 있었을는지 모르나 비전형(非典型) 무체계(無體系)한 뒤범벅으로 불순(不純)하였으며, 최미연 양(孃)은 시종(始終) ?拍에 비협력(非協力)이었다. ‘또다시 어디로’ 의 조광(趙光)군은 일본(日本)에서 돌아온 이후(以後) 처음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지나친 수식(修飾)이나 과잉(過剩)의 기교(技巧)없이 정돈(整頓)된 겸손(謙遜)하면서 다이나믹한 움직임에는 뚜렷한 개성이 풍겨 지금까지의 이인범(李仁凡) 군의 재롱스러움에 대차적인 입장에 설 수 있었다. 다만 작품(作品)이 산만(散漫)해진 것은 위치(位置)나 무대(舞臺)의 진폭(振幅)에 통일(統一)이 결여(缺如)되였기 때문이다.
물론(勿論) 이것은 무용(舞踊)구성의 본질적(本質的)인 것이긴 하다. 무용(舞踊)이란게 개개 요소(要素)의 합계(合計)가 아니고 하나의 연속적(連續的)인 유기현실(有機現實)인 바에 조광(趙光) 군은 여기서 약간 용서 받을 수는 있는 것이다. 같은 대역(對役)의 玉?玄孃의 여유(餘裕)있는 움직임이나 안정(安定)된 「포-즈」는 연속적인 데가 있어 좋았다.
- 4286년(1953년) 聯合新聞(연합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