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8일 인쇄
2017년 1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7년 11월호 통권 501호 |2018년 9월 19일 수요일|
 

만화살롱

 

부천, ‘만화도시’ 간판 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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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용(張晌傛)(만화평론)

부천은 예로부터 ‘복사골’이라 불린 복숭아의 고장이었다. 공단 지역이던 이 도시는 1990년대 말부터 만화를 앞세우며 문화도시를 표방해 성공을 거두었다. 부천시 공무원들의 건배사는 항상 “만화도시 부천을 위하여”이다. 연간 100억 원이 훨씬 넘는 만화 예산(국·도·시비 포함)을 집행하는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국가기관으로 전환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천이 ‘만화도시’를 외치는 근거 중 하나는 올해로 20회를 맞은 「부천국제만화축제」(이하 BICOF) 덕분이다. 서울 중심의 만화·애니메이션 축제인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축제」(이하 SICAF)가 내리막길을 걷는 사이, 부천시 산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하는 BICOF는 치고 올라갔다. BICOF의 성공 비결은 폭염·폭우에 상관없이 축제 시간·장소(매년 8월 광복절을 낀 주)를 지킨 꾸준함이었다. 2015년 제18회 BICOF는 관람객수(12만 8585명), 유료입장권 수익(약 9244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BICOF는 사상 최초로 ‘경기도 10대 축제’에 선정됐다.
자만심에 취한 탓일까. 이때부터 부천시의 일방통행이 축제를 흔들기 시작했다. 김만수 부천시장이 BICOF 기간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와 맞물리도록 지시했다. 영화제와 만화축제를 같은 기간에 하면 시너지가 난다는 논리였다. 부천시는 시장의 말 한 마디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2016년 제19회 BICOF는 거의 2주 이상 앞당긴 7월 27일, BIFAN 기간 중 개막했다. 그 결과 BICOF는 관람객수와 유료입장권 수익이 전년도 대비,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수년 동안의 상승세가 한 순간에 꺾였다.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이다. 그것을 결정하는 핵심요소가 매년 같은 기간과 장소의 확보다. 세계 최고의 만화축제로 평가받는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는 매년 1월 마지막 주에서 2월 첫 번째 주에 걸친 행사로 각인돼 있다. 그때만 되면 전 세계의 만화팬들은 앙굴렘을 떠올리게 된다.
그럼에도 부천시는 올해 제20회 BICOF를 대상으로 또 실험을 가했다. 이번엔 개막일을 7월 19일로 더 당겨버렸다. 만화축제는 영화축제의 부대행사 꼴이 되었다. 올해 BICOF는 내용과 성과 면에서 처참하게 무너졌다. 관람객 9만 6572명, 유료입장권 수익(약 3185만원). 관람객은 10만 명 이하, 유료수익은 2년 전에 비해 1/3 수준이 됐다. 축제의 수준을 좌지우지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스태프의 역량이다. BICOF의 핵심 스태프 다수가 4개월에서 1년도 못 채우는 단기계약직들이다. 업무를 잘 모르는 인원들이 불과 몇 개월 축제 만들고 시행착오 끝에 축제 후 사라진다. 부천시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올 10월 말 계약만료 되는 2년 경력의 스태프들마저 모두 집에 보냈다. 정규직 전환 불가 방침 때문이다.
매년 뭔가 알만하면 그만두게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새 인력으로 만드는 축제가 ‘세계 최고의 만화축제’ 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공무원 마인드다. 아무래도 부천은 ‘만화도시’ 간판을 떼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