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8일 인쇄
2017년 1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7년 11월호 통권 501호 |2018년 9월 19일 수요일|
 

공연평

 

자연과 사람 그리고 예술이 함께하는 지역 무용축제
- 「계룡산에서의 춤」




심정민(沈廷玟)(춤평론)

한국 무용계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서울과 지역 간 격차가 심하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지역 무용계를 지탱해주는 요소라 한다면 대학 무용과, 시·도립무용단, 무용콩쿠르 그리고 무용축제 등을 꼽을 수 있다. 2010년대 들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충남지역에서도 대학 무용과가 속속 사라져 갔는데, 이는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무용가들을 키워내는 보루를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시·도립무용단이나 무용콩쿠르 혹은 무용축제가 더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이와 같이 암담한 상황에서 지역에 터를 잡고 오래도록 이어져온 무용관련 단체나 행사의 가치는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특히 무용축제의 경우 그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무용가들을 폭넓게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여도가 더욱 높다.

충남지역을 의미 있게 빛내는 무용축제 중에서 22회를 맞이한 「계룡산에서의 춤」을 빼놓을 수는 없다. 「계룡산에서의 춤」은 몇 가지 주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우선 1996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해 10월 셋째 주말에 동학사 인근 야외에서 공연을 펼쳐왔다는 것이다. 한두 해 화려하게 판을 벌여 놓고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무용 행사들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20년 이상 이어온 저력은 눈여겨봐야 한다. 화려하기보다 작지만 의미 있게 시작하여 옹골차게 운영해온 성과로 여겨진다. 10년 정도 지났을 때 동학사와 관리공단 측에서 자발적으로 야외무대를 만들어주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풍수지리상으로 한국의 4대 명산으로 꼽히는 계룡산의 나무, 바람, 햇빛, 개울 등을 배경으로 삼는 공연은 그 자체로 자연친화적인 특징을 지닌다. 더욱이 단풍으로 물들을 무렵에 개최된다는 점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색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무용축제는 주민과 관광객에게 예술향유와 함께 일종의 힐링까지 제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셋째 지역 무용계의 침체 속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무용가들에게 자기표현의 기회와 상호교류의 장을 제공한다. 올해만 하더라도 충남지역에 터를 잡고 활동하는 무용가들 중에서 엄정자, 임현선, 이정애, 최성옥을 필두로 좀 더 젊은 층에서 민윤경, 서경희, 정진아, 황지영, 홍지영, 김성정, 게렐마 등이 참여하였다. 뿐만 아니라 14명의 지역민에게도 『계룡산 학춤』과 『진도북춤』을 통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넷째 단순한 무용축제를 넘어서 지역 예술계를 아우르는 행사로 확대되어 있다. 실제로 ‘12명의 작가가 담아낸 계룡산에서의 춤’이라는 부대행사를 통해 사진, 도자, 그림 분야의 지역 예술가들이 초대전시전, 기록 사진전, 춤 드로잉전, 춤 사진전, 체험부스를 전개하였다. 무용을 중심으로 혹은 무용을 매개로 하여 지역 예술가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다섯째 충남지역의 여러 공공기관이나 단체,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함으로써 지역 축제로서의 목적과 취지를 잘 살리고 있다. 엄정자가 이끄는 한국춤무리와 ‘계룡산에서의 춤’ 추진위원회가 주관을 맡고 있는 가운데 주최에 충청남도, 공주시, 충남문화재단과 더불어 후원에 공주문화원, 국립공원계룡산관리사무소, 동학사, 반포주민자치회, 학봉리주민회, 전통춤협회대전지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올해 「계룡산에서의 춤」은 10월 21~22일 오후2시 동학사 일주문 뒤 자연관찰로 야외무대에서 총 10개의 춤 작품을 선보였다. 그중에서 엄정자의 『계룡산 탱고』, 임현선의 『태평무』, 이정애의 『사랑밖에 난 몰라』, 최성옥과 정진아의 『신데렐라』, 강왕식과 전중근의 『고지』는 전형적인 예술춤으로서 지역 무용가의 역량과 열정을 보여주었다.
『계룡산 탱고』에서 엄정자(‘계룡산에서의 춤’ 총기획 및 감독)는 리드미컬한 탱고 리듬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 채 춤을 추었다. 때론 자유로움, 때론 사랑과 슬픔, 또 때론 삶을 표현하는 듯한 춤은 그녀 자신을 진솔하게 투영하고 있다. 자연풍광을 화폭 삼아 정갈하고 흥취 있는 춤사위가 공간에 선을 그려갔다.
임현선(대전대학교 교수)은 『태평무』를 통해 한국춤에 내재한 정중동의 미를 실현하고 있다. 단아하면서도 위엄 있는 춤으로써 나라의 번영을 기원하듯 본 행사의 번성을 기리는 것만 같다. 이정애(한국전통춤협회 대전지부장)의 『사랑밖에 난 몰라』는 탈춤, 현대춤, 브레이크댄스를 넘나드는 안무가 이목을 끈다. 실력 있는 무용수들인 서경희, 조승한, 윤금서에 의해 서로 다른 모양의 춤들이 적절하게 교차되어 있다.
최성옥(메타댄스프로젝트 예술감독)의 지도로 안무 및 연출을 맡은 정진아는 원전 동화를 아동무용극의 형태로 재구성한 『신데렐라』를 선보였다. 정진아, 황지영, 홍지영, 김성정이 출연하여 각 캐릭터와 장면을 유쾌 발랄하게 묘사하였다. 신진무용가인 강왕식과 전중근은 「2017 신인 안무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고지』를 재연하였는데, 탄력과 역동이 두드러진 감각적인 현대 춤사위로 앞만 보고 달려온 삶에 대한 허무와 자조를 표현하였다.
그밖에도 부토 계열의 즉흥춤을 춘 디케이와 라무 홍의 『불타는 나뭇잎 아래에서, 즉흥!』, 일주문 바로 앞에서 행위예술을 벌인 신용구의 『꿈의 조각들을 모으다』, 몽골의 전통춤을 재구성한 게렐마의 『바야드』는 다양하게 확장된 춤의 형태를 보여 주었다. 한편 엄정자 안무와 민윤경 지도에다가 지역민이 직접 출연한 『계룡산 학춤』이나 『진도북춤』은 아무래도 예술성보다는 주민참여형(形) 춤의 교육적, 여흥적 가치를 살펴봐야 한다.
이와 같이 볼 때 「계룡산에서의 춤」에서 소개된 춤의 스펙트럼은 꽤 넓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전통춤과 한국창작춤, 현대춤, 부토, 행위예술을 담으면서 더 나아가 주민참여형 춤까지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무용축제가 20년 이상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가을마다 국립공원 내에서 행사를 치른다는 것은 흔치 않다. 분명 크고 작은 우여곡절도 많았을 것이다. 이를 딛고 지금과 같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 이를테면 충남지역의 공공기관 및 단체, 무용가와 예술가, 주민과 관광객을 폭넓게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의 지역 축제로 자리매김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럼으로써 자연과 사람 그리고 예술이 함께하는 옹골찬 지역 무용축제로서 「계룡산에서의 춤」의 가치는 고유하게 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