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8일 인쇄
2017년 1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7년 11월호 통권 501호 |2018년 6월 23일 토요일|
 

이달의 좌담

  무용영화와 춤예술세계
   「서울무용영화제」 창설


 


김모든 (현대춤·무용영화감독/안무가)
김이경 (서울문화재단 서울무용센터 직원)
정의숙 (현대춤·성균관대 교수)
사회 _ 박태식 (영화평론·성공회대 교수)


국내외 공식적인 조직과 운영체계를 갖추고 출범하는 「서울무용영화제」
박태식 _ 안녕하세요. 오는 11월 창설되는 새로운 영화제로서, 춤을 영화로 담는다는 데에 있어서 춤계의 관심과 호기심을 모으고 있는 「1회 서울무용영화제」를 중심으로 춤예술과 영화, 그리고 무용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기본적인 몇 가지 먼저 여쭤 볼게요. 「서울무용영화제」를 정의숙 선생께서 총괄하시는 거죠? 자기소개를 먼저 해주세요. 또 「서울무용영화제」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를 비롯해서, 전체적인 스토리를 말씀해주세요.
정의숙 _ 퇴임을 앞두고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앞으로는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 시간이 된 거죠. 학교를 마무리하면서 무용계에서 다른 장르로 확장해서 할 수 있는 일이면서 여태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무용계에 환원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변혁 영화감독과 다년간 융·복합 형식의 작업을 같이 하면서 영상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공연을 위해 찍은 영상을 다시 보면서 영상 활용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죠.
국내의 무용계를 보면 좋은 무용수와 안무가들이 많은데, 그들이 무용 공연과 창작에 관심은 많이 갖지만, 영상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작업을 상품화해야 하는 단계까지는 여력이 없는 거죠. 현실적으로… 예술적인 차원에서 좀 더 확장을 해야 하는 시대라는 거죠. 국내에서도 그런 작업을 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있는데, 아직은 그것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이 되어 있지 않아요. 그런데 마침 작년에 서울문화재단에서 ‘댄스필름 워크숍’이라는 정식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작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다시 시작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제가 1년 전부터 예술 영화제에 대해서 다 알아봤어요. 시장조사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런 사전 작업을 거쳐 이제는 무용영화제가 충분히 한 장르로 형성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서서 「서울무용영화제」를 시작하게 됐어요.
박태식 _ 박일규 선생과 함께 하고 계시죠?
정의숙 _ 네. 저는 실무를 맡아 하겠다는 마음으로 집행위원장을 하고 있고, 서울예대 박일규 교수께서 조직위원장을 맡아서 하고 계십니다. 처음에 조직위원장으로 누구를 모실지 논의할 때, 제가 박일규 교수를 제안했어요. 박일규 선생은 젊을 때는 연극배우로, 무용가로 활약했지만, 이후 방송,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신 분이라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다들 흔쾌히 받아들여서 조직위원장으로 모셨습니다.
저도 무용영화를 처음 하는 건 아니고, 그전에도 디지털 댄스라든지 춤 영화제를 해본 경험이 있어요.
박태식 _ 이번이 「서울무용영화제」 1회 아닌가요?
정의숙 _ 「서울무용영화제」는 이번이 1회 맞아요. 물론 이전에도 무용영화를 상영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었어요. 제가 그런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좀 더 체계를 갖추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책임감을 갖고 무용영화제를 시작하면서 국내 영화제, 외국 영화제에 공식적으로 등록을 마친 상태에요.
먼저 영화진흥회위원회에 등록 절차를 밟아서 정식으로 등록했어요. 그리고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니까, 외국도 댄스필름협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됐어요. 이후 조건을 다 갖춰서 뉴욕의 댄스필름협회에 「서울무용영화제」를 등록했지요. 공식적인 조직과 운영체계를 갖추고 시작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용영화 상영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춤예술에서 다른 장르로 확장해서 할 수 있는 일, 춤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무용계로 환원
박태식 _ 그러니까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서 처음이라는 말씀이죠? 1회를 시작했으니 앞으로 2회, 3회, 4회 이렇게 계속 이어나갈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정의숙 _ 네. 맞아요. 처음엔 열정으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까 단순히 개인적인 열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무용계에 대한 책임감이 더 강하게 다가왔어요. 그러다보니 처음 시작할 때의 긴장감 보다는 책임감이 자꾸 커지고 있어요.
박태식 _ 그러면 김이경 씨는 정의숙 집행위원장을 도와서 실무를 하시나요?
김이경 _ 아니요. 저희는 아예 기관이 달라요. 저는 ‘서울문화재단’ 소속인데, 저희는 작년부터 「댄스필름 프로젝트 TAKE#」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게 처음 시작은 ‘서울무용센터 무용예술가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이었어요. 그래서 안무 워크숍, 인문학 강좌 등 예술가들한테 무엇이 필요할지 논의를 해왔는데, 몇 년 전부터 댄스필름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작년에 그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저희 센터가 서울시내를 조금 벗어나 있어서 접근성이 다소 불편한데, 댄스필름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도 무척 많았어요.
박태식 _ 서울무용센터 위치가 어딘가요?
김이경 _ 홍은동, 명지대학교 쪽에 있어요. 댄스필름 관련 워크숍을 하면 신청이 정말 많이 들어오는 거예요.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작년까지는 워크숍 중심으로 진행하다가 올해부터는 지원금과 워크숍을 병행하는 형식으로 바꿨어요. 사업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드리면 공모를 통해 올해 총 네 명의 영상감독과 네 명의 안무가가 선정되었고 그들이 일대일 매칭과 지원금 지급을 통해 네 편의 댄스필름을 제작하였습니다. 완성된 댄스필름은 11월에 진행하는 「서울무용센터 댄스필름 프로젝트 TAKE#」 상영회와 「서울무용영화제」에서 상영되게 됩니다. 또한 2016년 ‘서울무용센터 댄스필름 우수작품’도 함께 선보입니다. 아마 내년부터는 무용예술가 교육 프로그램 안에 두지 않고, 독립적으로 댄스필름 프로젝트로만 진행하게 될 것 같아요.
「서울무용영화제」 측과는 저희가 올해 초에 정의숙 선생을 만나서 논의를 했고, 영화제 세션 중의 하나로 우리 서울문화재단에서 뽑은 영화를 상영하는 거예요.
박태식 _ 네, 두 기관이 연계를 하게 된 배경 설명을 들어 봤는데, 원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다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시작한 거네요. 양쪽에서 서로 궁합이 맞은 거죠?
정의숙 _ 윈-윈한 거죠. 무용영화를 속도감 있게 성장시킬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서울무용센터 무용예술가 교육프로그램’의 「댄스필름 프로젝트 테이크」 사업과 성과를 공유
김모든 _ 저는 「자메뷰」라는 작품이 「서울무용영화제」에 초청작으로 선정되어 참여하게 되었어요. 방금 말씀 하신 대로 작년에 서울무용센터 댄스필름 제작 수업에 신청을 해서 참여했고요. 수업을 통해서 1차적으로 2분 내외의 작품 영상을 만들고 심사를 통해 최종 선정이 되면서 「자메뷰」를 만들게 되었죠. 그러니까 「서울무용센터 댄스필름 프로젝트」에서 제작한 작품을 가지고 「서울무용영화제」에 참여한 거죠. 그동안에는 안무작품 안에서 영상들을 만들어 왔다면 이번엔 댄스필름이라는 장르의 구색을 갖춘 첫 연출작으로 영화제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박태식 _ 김모든 안무가가 안무도 하시고, 실제로 작품에서 춤도 추시고, 「서울무용영화제」에서 판을 깔아주고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하신 건데요. 제가 물어보고 싶은 게 몇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김모든 씨께 질문할게요. 영화와 춤은 문법이 좀 다릅니다. 춤은 무대 예술이니까 사람들이 관객석에 앉아서 무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영화는 클로즈업도 있고, 카메라를 뒤로 빼기도 하고, 다양한 기술들이 있다는 점에 많이 다르죠. 김모든 씨는 다큐멘터리를 만드셨나요, 아니면 극영화로 하셨나요?
김모든 _ 장르는 댄스필름이지만 실험 영화와 드라마에 좀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태식 _ 순수한 다큐멘터리 영화보다는 조금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서사가 있는 작품을 하셨군요. 실제로 작품을 만드실 때 영화와 춤의 조화를 어떻게 이뤄냈고,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는지요?
김모든 _ 우선, 처음 작품을 시작할 때는 제가 이전에 개인 공연으로 올렸던 작품을 모티브로 해서 ‘영상으로 담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그런데 단순히 안무를 배열하고 촬영장인 실내공간 안에서 모두 담아내려다 보니 카메라의 각도나 촬영장의 컨디션 등 무대와는 다른 제한적인 것들에 부딪히게 되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무대 공연과 영상의 가장 큰 차이를 들자면, 공연에서는 현장감에서 비롯되는 생동감을 보여주는 것 이외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어요.
박태식 _ 그러니까 영화로 만들면 무대 예술로 보여줄 때의 한계를 극복하고, 좀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잡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말씀이시죠?
김모든 _ 네 그렇죠. 무대 공연에서 선보이는 표현들은 관객이 느끼는 시점에서 각각 다르게 해석된다고 생각해요. 안무자가 핵심적으로 인상을 심어주고자 하는 장면이나 동작의 표현들이 누구에게는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요. 반면에 영화는 이러한 의도들을 보다 분명하게 잡아내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가령, 구상한 이미지의 세트를 제작하여 무대로 옮길 경우 많은 예산이 드는데요. 영화는 가장 근접한 느낌의 장소를 물색하여 실내외 모두 섭외 할 수도 있고요. 야외에서도 가능하다보니 제한적인 무대공간에서 고정된 세트와 사물들과 함께 움직임들이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들을 더욱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정보들을 관객에게 보여 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장면 전환에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온전히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영화는 무대 예술로 보여줄 때의 한계를 극복하고, 좀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잡아낼 수 있어
박태식 _ 나중에 편집을 통해서 필요한 부분은 좀 더 강조할 수 있잖아요? 이번에 카메라는 몇 대 정도 사용하셨어요?
김모든 _ 촬영은 굉장히 소규모로 진행했어요. 카메라는 한 대로 하고, 렌즈만 여러 개를 사용했어요.
박태식 _ 요즘은 카메라가 6~7대 정도 들어가서 촬영해서 편집을 한다고 들었어요. 아무튼 영화니까 특정 부분만 의도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하셨고요. 혹시 영화 전문가나 다큐멘터리 감독 등의 조언이나 도움을 받기도 하셨나요?
김모든 _ 함께 했던 촬영 감독께서 편집을 도와주셨는데요. 편집 이외에도 소규모로 진행은 했지만 영화적인 제작 형식과 소소한 부분들까지도 도움을 주셨죠. 저는 영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제가 전문적인 용어를 다 사용하진 못하지만,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작업을 했습니다.

무용영화 공모에 4개월 간 백여 편의 작품이 쇄도
박태식 _ 이야기를 들어보니, 영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도 굉장히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댄스필름 만든 과정을 제작 노트로 만들어서 서술하면, 무용계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서울무용영화제」는 이번에 전체 몇 작품이 들어왔죠?
정의숙 _ 댄스필름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이 영상작품을 만들어 놓고도 그걸 내놓을 플랫폼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용영화 공모를 했어요. 단기간이지만 약 4개월 정도 공모를 했는데, 거의 백여 편의 작품이 들어왔어요. 아까 서울문화재단의 이야기도 들었는데, 우리 공모전도 역시 굉장히 큰 관심을 받았어요.
제가 무용영화제를 출범한 후에,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하려고 했는데’ 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웃음) 지방에서도 진행이 시작된 것 같고, 우리가 구성한 프로그램 틀을 가져와 지방에서 해줄 수 있는지 문의도 받았어요.
다시 돌아가서 이야기하면, 「서울무용영화제」는 공모전을 통한 세션을 비롯하여 7개 세션을 나눠서 상영하는 작품이 있어요. 극영화, 다큐멘터리, 영상을 위해서 안무를 따로 만든 작품 등이 있어요. 무용이 소재고, 무용수가 배우인 거죠. 「샌프란시스코 댄스필름」에서 받아온 작품도 이번에 세션에 들어갔어요.
무용 영화라는 게 사실 아직 학문적으로 정확히 개념 정리가 안 되어 있어요.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무용이 주제가 되면 극영화도 무용영화라고 하고, 스크린 상영을 위해 안무를 한 영화도 무용영화로 볼 수 있어요.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는 거죠.
샌프란시스코, 뉴욕, LA 등 미국 작품들을 보면 카메라를 의식하고, 즉 영상을 위한 안무를 한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거든요. 단순한 영상 기록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상 기법들이나 모션그래픽이 들어오면서 또 다른 판타지를 만드는 것 자체를 댄스필름으로 보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 댄스필름에 대한 마니아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순수한 스크린댄스 형식의 댄스필름만 가지고 영화제를 발전시키려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거예요.
그래서 제1회 「서울무용영화제」는 해외 댄스필름 페스티벌과는 차별화하며 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등 무용이 소재가 되는 건 무조건 영화제에서 상영한다는 방침으로 시작했어요. 나중에 「서울무용영화제」가 더 자리 잡히고 재원이 늘어나면, 다큐멘터리 세션, 극 세션, 스크린 댄스 세션을 다 따로 공모를 받고 그 심사를 하면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가 아직은 그럴 여건이 안 돼서 종합적으로 받다 보니까 심사할 때도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물론 나름대로 기준이 있긴 하지만, 통합적인 심사를 하다 보니 장르에 따른 기준을 가지고 할 수 없었어요. 다음 회에는 보완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그래서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공모로 들어온 작품을 비롯하여 개막작, 폐막작, 샌프란시스코 댄스필름 페스티벌 작품, 독일 문화원에서 받은 작품, 고전 영화, 아리랑 TV 제작 영상, 서울문화재단의 선정작을 포함하여 33편 정도를 함께 상영할 예정이에요.
박태식 _ 그러니까, 공모도 하고, 외국에서 이미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들을 수입한 거군요. 말하자면 이번에는 시작이니까 쭉 늘어놓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지 그 방향을 잡는 걸로 볼 수 있네요.
정의숙 _ 아마 올해와 같은 형식으로 몇 년은 쭉 진행될 것 같아요.
박태식 _ 그렇군요. 그런데 영화제 기간이 3~4일 정도인가요?
정의숙 _ 이번에는 3일 동안 해요. 3일 동안 33편 정도를 집중적으로 보게 되는데, 장소는 명보 아트시네마, 그리고 예술통의 코쿤홀에서 진행해요. 매일경제신문 건물 뒤에 ‘예술통’이라고 갤러리와 극장이 있는 굉장히 빈티지스러운 거리가 있는데, 아직 일반 사람들한테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무용영화가 상업영화가 아니고 예술영화잖아요. 그래서 대박 날 일은 없을 것 같고… 대형 영화관이 아니어도 된다는 의미예요.(웃음)
박태식 _ 대박 나면 싫지는 않은 거죠.(웃음)
정의숙 _ 그렇죠.(웃음) 그런데 현실 파악을 하면서 일을 해야 되니까… 대박 날 꿈을 꾸고 하면 당장 내일 닫아야 하는 형편이니까 그건 아니고요. 댄스필름이 예술 영화니까 ‘여길 가면 이런 걸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해서 예술통 코쿤홀에서 했어요. 그래서 상업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왜 거기서 하냐고 말하기도 했어요. 저는 그래도 무용영화는 빈티지와 완전히 현대적인 테크놀로지가 같이 묻어나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유도하고 싶었어요. 그것이 잘 전달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박태식 _ 시간이 좀 필요하겠죠.

무용 영화라는 게 사실 아직 학문적으로 정확히 개념 정리가 안돼
정의숙 _ 네. 또 다른 상영관인 명보아트시네마는 상영관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무용영화를 상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극영화 같이 대중적으로 누구나 관심 있어 하겠다 싶은 작품은 좌석이 200석 넘는 극장에서 상영하고요. 또 예술 자체에 관심이 있어서 나는 좀 구석진 곳이라도 찾아가서 보고 싶다는 진지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코쿤홀에서 상영하기로 했어요. 무료상영은 주로 코쿤홀에서 하고, 유료인 것은 보통 다 명보 쪽에서 하고 있죠.
박태식 _ 그럼 1차 선정된 작품으로 다시 그중에서 1등을 뽑는 건가요?
정의숙 _ 공모작 중 1차 때 16편을 선정했어요. 그리고 다시 거기에서 ‘선정작 7’을 뽑았어요. 그중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뽑을 예정이에요. 그리고 늘 심사를 하다보면 떨어뜨리기 너무 아쉽고 기회를 주고 싶은 작품이 있어요. 그래서 ‘선정작 7’ 중에 심사위원상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와서 두 작품을 선정하여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여하게 됩니다.
박태식 _ 그럼 총 네 작품을 선정하게 되는 거네요. 그러니까 기획전에 열 몇 편, 출품작 16편으로 구성되는 거죠? 이번에 서른 몇 편을 상영하신다고 하셨잖아요.
정의숙 _ 네. 작품은 전체 서른 세 편인데, 일곱 개의 세션으로 분류했어요. 샌프란시스코 댄스필름 페스티벌은 단편이 많아요. 그래서 한 세션이지만 작품은 한 번에 여러 작품을 볼 수 있는 거죠.
박태식 _ 어쨌든 출품작과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혼합해서 상영하고, 나중에 출품한 작품들에서는 상을 주는 식인 거군요.

안무가와 영상감독이 매칭해서 만든 것도 새로운 재미가 있어
김이경 _ 우리 서울무용센터는 세션으로 들어가서 총 5편을 상영해요. 작년에 뽑힌 작품 중에 한 편, 올해 선정된 작품 네 편, 이렇게 5편을 상영하게 될 거예요. 거기에 김모든 작가의 작품을 특별전에서 상영하니 합해서 총 여섯 편이네요.
박태식 _ 김모든 안무가의 작품은 특별전으로 들어가는 거네요.
김이경 _ 네. 저희 센터에서 같이 하셨으니까 총 여섯 편으로 진행이 될 거예요. 그게 한 시간 좀 넘게 진행될 듯 합니다. 우리는 작년에는 안무가들이 중심이 돼서 진행을 했는데, 올해 상영하는 작품 네 편은 안무가와 영상 감독이 매칭이 돼서 진행하고 있어요. 그래서 안무가들과 영상감독들이 같이 진행을 하니까 서로…(웃음)
박태식 _ 서로 문법이 다르니까 그걸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김이경 _ 네, 그렇게 하다 보니까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들이 나오는 듯해요. 안무가들이 만든 작품도 재미있기는 한데, 영상감독과 안무가가 같이 매칭해서 만든 것도 재미있어요.
박태식 _ 춤이라는 것을 영화로 묶어서 하다 보니 어떤 점이 재미있는지, 아니면 미처 생각지 못한 점을 발견한 게 있다면 좀 말씀해주세요. 이 좌담을 보고 무용영화를 보러 가시는 분들께 팁이 될 수 있겠죠. 또 이런 걸 좀 주의해서 보면 영화가 훨씬 재미있을 거다, 이런 게 있나요?
김이경 _ 저는 댄스필름이 무용의 한계를 넘어선다고 생각해요. 보통 우리가 공연을 보러 가서 ‘무용이 이런 거다’ 하고 보는 것들은 말 그대로 무용, 춤을 추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움직임’이 들어가는 것들은 다 댄스필름으로 정의를 내리고 있거든요. 어떤 사람은 동물이 움직이는 영상도 댄스필름이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어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지는 상황이 되는 거죠. 애니메이션도 댄스필름이 될 수 있고요. 그래서 무용이라는 것의 개념이 굉장히 확장되는 것이 댄스필름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아주 재미있어요.

몸의 재발견, 무용예술영화를 통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몸’을 바라보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정의숙 _ 그래서 기존의 ‘무용수’를 생각하시면 안 되고, ‘몸’을 생각하셔야 될 것 같아요. 제가 기자 간담회 때 한번 말씀을 드린 건데요. 요즘 상업영화에서는 몸을 보여줄 때, 너무 폭력적인 몸을 보여주잖아요. 저는 몸의 본질이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무용예술영화를 통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몸을 바라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우리 몸은 사랑하는 몸이고 쉐어하고 생산적인 노동의 몸인데, 지금 영화를 좋아하는 일반 관객들은 영화에서 너무 폭력적인 몸만 보는 거예요. 그걸 대다수가 따라 가면서 늘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반영하여 다시 폭력이 영화화되는 순환구조인 것 같아요. 이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 같은 관계인 것 같긴 하지만요. 원하건대 무용이라는 예술을 통해서, 무용예술을 영화에 입히면서 이 사회가 ‘몸’에 대한 시각을 다시 가지게 된다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좀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되고, 조금은 더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박태식 _ 아주 훌륭합니다. 몸의 재발견인 거죠.
정의숙 _ 사실 저는 안타까워요. 천만 관객이 드는 영화들 중 일부 영화를 보면, 그 영화 속의 폭력을 통해서 관객들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풀리고 삶의 질이 얼마나 높아지는지 모르겠어요. 이러다 영화감독들한테…(웃음)
박태식 _ 아니에요. 요즘 한국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비현실적인 캐릭터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다큐멘터리나 일상은 영화에서 사라졌어요. 그러다 보니 괴리가 생기잖아요. 흥행이 되기 위해서는 자본이 붙어야 하고, 그 때문에 폭력영화가 판치는 것이 지금은 영화계 내에서도 굉장히 큰 문제에요.
정의숙 _ 그래서 저는 무용영화가 폭력사회에서 좀 벗어나서 좀 더 아름다운 삶을 만들 수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좀 비현실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박태식 _ 아니에요. 굉장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요새 평론계 쪽에서도 한국영화가 지나치게 폭력적, 상업적으로 되는 현상에 대해서 집요하게 비판하고 있어요. 프랑스 같은 경우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10개 상영관이 있으면, 한 영화를 6~7개 상영관에서 상영할 수 없고 2개 정도 상영관에서만 하게 되어 있어요. 법으로 그렇게 되어 있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CGV 같은 데서는 6~7개 상영관에서 다 같은 영화를 하잖아요. 그렇게 상영하니까 천만 관객을 넘을 수 있는 거죠. 전국의 2천 개 정도의 스크린이 있는데, 어느 때 보면 영화 7개가 그걸 다 차지해요. 이건 법적으로 문제 삼아야 되는 거예요.
하지만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생활의 재발견’, ‘몸의 재발견’, ‘우리 일상의 재발견’ 이런 식으로 무용영화제의 콘셉트를 잡으셨다면 우리가 정말 공덕비를 세워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웃음) 길이길이 역사에 남겨야 하는 거죠. 의미를 찾는다면, 김이경 씨는 움직임을 구체화시켜서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정의숙 선생은 몸을 한번 재발견 해보자는 의미에서 참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많이 배웁니다.
김이경 _ 우리 서울문화재단은 무용센터니까, 댄스필름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자체가 안무가나 무용가들이 다른 방법으로 무용을 확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게 기본 취지죠. 또한, 국내 미개척 분야인 댄스필름이라는 분야를 하나의 영역으로 개척하여 안무가와 영상감독 모두가 도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극장까지 찾아가서 무용 공연을 보는 게 사실 쉽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극장까지 가지 않아도 10분, 20분 정도 무용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거죠. 무용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느끼게 되고 또 그런 분들이 극장을 찾으시는 잠재적인 관객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게 저희의 미션 중에 하나인 듯해요.

국내 미개척 분야인 댄스필름에 안무가와 영상감독 모두가 도전해주길 기대
정의숙 _ 사실 제가 ‘서울무용센터’에 댄스필름 워크숍이 생겼다고 해서, 공부하기 위해서 수강하러 갔었거든요. 그런데 우리 학생들 중에도 워크숍 수강생이 있으니까, 제가 왔다 갔다 하면 나중에 심사할 때 ‘저 선생이 여기 왔다 갔다 하더니 저 사람이 선정됐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첫날 가고 바로 나왔어요.
그 후 서울문화재단과는 의견이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을 했던 일이 있어요. 제가 영화제를 만들면서 첫 번째 4개 작품을 선정하고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작품의 수준을 더 높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울무용센터 관계자들을 만나 4개 작품 중에 선정해서 후속 지원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이 분들도 이미 후속지원제도를 마련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셨대요. 젊은 세대와 의사가 잘 통하면 더 좋은 것 같아요. 세대 간 소통이 된 것 같아서요. 시큰둥하면 나도 김이 빠지고 그러는데,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면서 의견이 맞으니까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조금 미안한 것은 「서울무용영화제」가 3일 동안 진행되지만, 첫날은 개막작만 하기 때문에 남은 이틀 동안 다른 작품들을 다 상영해야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서울문화재단에서 온 프로그램은 무용영화에 관심이 있고, 영상을 찍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니까 늦은 아침시간에도 보러 올 거라 생각하고 아침시간에 상영시간을 잡은 거예요. 그래도 토요일만이라 다행인 거죠. 휴일에는 늦잠 자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텐데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다음에는 조금 더 좋은 상영시간을 잡으면 좋을 것 같아요.
박태식 _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침, 저녁 따지지 않아요. 저는 새벽에라도 갑니다.(웃음) 아무튼 두 분이 영화제를 탄생시키고, 인큐베이팅 하는 데에 있어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 들으니 저는 굉장히 좋습니다.
정의숙 _ 네. 저도 서울문화재단과 이야기가 잘 되고, 재단에서도 그런 분야를 키워야겠다는 좋은 생각을 갖고 하셨고, 저도 나름대로 내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실제로 영화 일을 진행하다 보니 저작권 문제라든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요. 어떤 외국 작품은 한글 자막이 들어가 있는데, 그 한글 자막은 또 다른 사람한테 저작권이 있는데 너무 오래 돼서 저작권자를 찾을 방법이 없었어요. 하여튼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해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문화재단의 사업들도 사적인 감정이 없고, 저도 나름대로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가 사적으로 치우지지 말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자 라는 거예요. 그래서 서로 내놓을 수 있는 거 다 내놓고 의견 조율되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저는 이 자리를 빌려서 같이 하게 되어 고맙고 기쁘다고 말하고 싶네요.
박태식 _ 두 분 분위기에서 제가 딱 느낌이 와요. 앞으로 잘 되는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정의숙 _ 저희 둘이 사적으로는 처음 만나요. 아니, 그러고 보니 이것도 지금 공적이네요.

세계적인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이 만든 「피나」의 경우…
박태식 _ 다음으로는 어떻게 창작 작업이 진행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제가 영화 쪽 직책을 갖고 있는데, 전공은 영화가 아니라 독일에서 신학을 전공했어요.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에 와서 영화평론을 하다가 평론가 협회에 들어갔는데요. 춤 영화 중 굉장히 기억 남는 게 빔 벤더스가 만든 「피나」라는 영화에요. 그리고 옛날에 알모도바르가 만든 「그녀에게」라는 영화가 있어요. 거기 보면 피나 바우쉬의 작품 「카페 뮐러」랑…
정의숙 _ 「카페 뮐러」는 좀 어두운 거고, 또 하나 더 있어요. 뜰에서 계속 춤추는 영화가 있는데, 화면이 참 예뻐요. 아 생각났어요. 「마주르카 포고」죠.
박태식 _ 맞아요. 알모도바르가 참 기가 막힌 사람이에요. 그리고 「베를린 천사의 시」를 만든 빔 벤더스의 「피나」는 우리나라에서는 흥행에 실패했어요. 그래서 제가 상영 마지막 날 밤에 이대에 가서 온갖 수모를 무릅쓰고 봤어요. 저랑 다른 사람이랑 딱 둘만 있더라고요. 그런데 영화는 정말 잘 만들었더라고요. 제가 독일에서 살던 도시는 인구 13만 정도 되는 작은 도시에요. 거기에 도이치 테아터가 있었어요, 독일 사람들이 그런 건 잘해요. 예술가들이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와서 공연을 해줘요. 그래서 저는 보지 못했는데, 우리 동네에도 피나 바우쉬가 왔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여기 계신 분들도 앞서 말한 영화들을 보셨을 텐데, 보시면서 영화를 이렇게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하신 게 있나요? 제작을 하시면서 구체적으로 원칙이라든가 그런 걸 좀 얘기해주세요.
김모든 _ 제가 맨 처음으로 댄스필름을 접하게 된 것이, 2002년에 「랄랄라 휴먼 스텝」이라고 캐나다 팀이 만든 걸 처음 봤어요. 그때가 고등학생 때였는데요, 그때 봤던 그 영화의 인상은 굉장히 육체적인 느낌이 강해서 강렬하게 기억이 되는데요. 전체 길이도 한 시간 가까이 되었던 듯해요.
박태식 _ 그때 고등학생이었다고요? 전혀 믿기지 않아요. 최근에 고등학교 졸업한 것 같아 보여요.(웃음)
정의숙 _ 군대도 갔다 왔어요. 어른이에요.
김모든 _ 제가 이번에 했던 작품은 전체 영화 길이가 7분 35초밖에 안 되는 단편인데요, 춤과 영화의 비율은 5대5 정도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 이유가 무대와 영화 안에서의 표현 기법이 다르듯이 각자 분리시켜서 작업을 하겠다는 저의 의지인데요. 앞으로도 영화에서는 저는 극영화와 드라마에 가깝게 접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앞서 말씀하신 「피나」는 다큐멘터리 장르를 띠고 있는 댄스필름인데요, 전체적인 접근 방법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듯해요.
조금 전에 영상감독과 안무가 사이에 의견차이도 간혹 있을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한테 장면에 대한 더 명확한 걸 요구하시더라고요. 추상성보다 ‘그리움이면 그리움’, ‘만남이면 만남’ 이렇게 명확한 걸 화면 안에 담는 걸 요구하셨어요. 그러면서 저 역시도 이번 작품은 배움의 시간이었던 듯해요. 춤의 언어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것을 화면에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어요. 표정이라든지 몸의 일부분들을 잘 잡아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주제가 어느 정도는 보일 수 있게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박태식 _ 영화가 7분 30초 정도라고 했잖아요. 그 시간이 짧다고 하면 짧지만 또 상당히 긴 시간이에요. 이 중에서 이 장면만은 정말 내가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다, 진짜 관객들이 진지하게 봐줬으면 하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그걸 알고 보면 영화가 무척 재미있어요.
김모든 _ 촬영할 때가 바깥 기온이 영하 14~15도 정도였거든요. 허름하고 오래된 건물에서 촬영했는데, 말이 실내지 기온이 영하였으니 야외촬영이나 마찬가지였어요. 거기서 촬영한 여자 무용수와의 듀엣 장면을 꼭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눈이 쌓여있는 소나무 언덕에서 촬영했던 장면과, 제가 길게 뻗은 길 위에서 혼자 차를 쫓아가면서 달리는 장면이 있어요. 전부 추위와 관련된 장면들인데요, 말씀드린 장면들이 무척 기억에 남아요.

춤의 언어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것을 화면에 어떻게 표현할지, 주제를 드러낼지를 고민
박태식 _ 어쨌든 감독들은 영화를 만들고 나면, 정말 자기가 무게를 준 장면을 관객들이 발견해주고 말해주면 그렇게 좋아 하더라고요. “그 장면에 신경 좀 쓰신 거죠?” 하면 어떻게 알았냐고 하면서 너무 좋아해요. 그런 게 감독들의 특징인 듯해요. 요즘은 미술 작품도 도록을 보면 복잡하게 많은 설명을 하고 있더라고요. 작품 자체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작품을 언어로 설명해 주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요즘 추세가 그래요. 김모든 씨는 제작 노트 쓰셨나요?
김모든 _ 이 영화에 대한 제작 노트는 많이 작성했는데, 아직 정리를 하진 않았죠.
박태식 _ 요즘은 많이들 하더군요. 거기다 라깡, 지젤 그런 것도 언급하고요.(웃음) 저는 「피나」 그 영화보고 너무 좋았어요. 제럴드 채플린이라고 찰리 채플린 딸이 무용 선생으로 나오죠. 그 영화를 보니까 식물인간과도 사랑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 보셨죠? 보셔야 돼요. 저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정의숙 _ 설정이 매우 독특하죠. 그런 가운데 아름다움도 동시에 살아 있어요.
박태식 _ 아마 오랫동안 만들고, 연륜이 있는 감독은 춤 영화에서 뭘 잡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을 거예요. 「서울무용영화제」 운영에 대해 좀 여쭤보고 싶은 것은, 심사위원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정의숙 _ 우리 조직위원이 스물 네 명이에요. 자문위원으로는 김동호 위원장, 「사랑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해화. 문화계에서는 박정자 선생, 조선희 대표 등 여러 분들이 계세요.
박태식 _ 거기에서 좁혀서 심사위원단을 선정할 거 아니에요?
정의숙 _ 아니예요. 내부 조직위원회 분들 중 영화감독인 변혁 씨만 심사위원으로 참여해요. 나머지는 심사위원은 다 외부에서 와요. 「서울무용영화제」 시상이 서울신문사 사장 상으로 나가거든요. 그래서 서울신문사에서 한 분 오세요. 그리고 춤평론가 중에서 심정민 선생이 무용영화 평을 쓰고요. 심정민 씨는 그간 춤공연은 물론이고 무용영화에 대해서도 글을 많이 썼어요. 그리고 또 한 분이 박호빈 씨에요. 그분은 무용가인데, 무용영화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이 분은 프랑스, 영국에서 공부하시고 영화에도 관심이 많아서 같이 참여한 거예요. 그 다음에 한 분이 서울예대 서양범 교수로, 예전에 무용수였는데 외국에 나가서 무용보다는 무용을 담을 수 있는 다른 매체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영화를 공부하고 오셨다고 해요. 지금 영상학과에서 영화를 작업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저희가 그분을 모셨어요.
박태식 _ 그럼 이 다섯 분이 심사를 하시는 거죠?
정의숙 _ 네, 1차, 2차를 거쳐서, 지금 ‘선정작 7’을 정해놓은 상태에요. 그리고 그 일곱 편은 다 상영할 거예요. 그리고 이 중에서 두 명이 상금을 받는 상을 받게 될 거고, 두 명이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게 되고요.
박태식 _ 그럼 나중에 심사위원들이 그 두 사람에게 상을 줄 때 어떤 이유로 선정했는지 심사평을 쓰시죠? 말하자면 심사평이 꽃이에요. 물론 영화제에서 제일 중요한 영상작품이 꽃이긴 하지만, 심사평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 작품이 왜 최고인지, 다섯 명이 모여서 최고의 언어로 심사평을 만들어내야 되거든요. 그래서 심사평이 항상 많이 기대가 됩니다.
정의숙 _ 네. 지금 주의 깊게 보고 계신다고, 바로 앞에서 볼 거라고 제가 이야기를 전할게요.(웃음) 그날 오시는 거죠?
박태식 _ 네, 물론이죠.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 영화계에 많은 영화제들이 있어요. 요새 자질구레한 영화제들이 너무나 많아요. 그런데 그 영화제들이 권위를 가지려면 심사위원이 중요해요. 우리나라에서 영화평론가로 정식으로, 그러니까 영화평론가 협회 회원이라든가, 국제영화평론가연맹이라든가 그쪽에서 영화평론가로 있는 사람이 한 명 정도 심사위원으로 가면 시너지 효과가 있어요. 그러면 이후에 영화평론가 쪽에서 그 영화제를 홍보해줄 수가 있는 거예요.
심사위원들은 다양하게 구성하면 좋을 듯해요. 영화제 할 때마다 우리 쪽에 꼭 한 명 보내달라고 요청을 하세요. 나이 든 사람들은 잘 안 가고 젊은 영화 평론가들이 가서 써주지만, 그것으로 약간의 공신력이 더 생기는 듯해요. 사실 영화평론가들이 언론계에 있던 신문사 기자와 학계 쪽으로 둘로 나뉘어져요. 근데 언론계는 지금 문제가 생긴 것이, 신문이나 잡지마다 영화 전문 평이 안 실린다는 것이지요.
마무리를 하시면서, 세 분이 한 말씀씩 해주세요. 앞으로 당연히 「서울무용영화제」가 계속된다는 전제 하에, 계속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예를 들어서 「충무로 영화제」 같은 경우에는 이덕화 선생이 위원장을 했는데, 한 번 하고 끝났어요.
정의숙 _ 김동호 위원장께 제가 상의 드렸을 때, ‘한 번 하고 막 내리는 것도 너무 많아. 잘 생각하고 하게’ 하셨어요. 그런 조언을 좀 해주셨어요.
박태식 _ 한 번 하고 그만 두거든요. 그런데 그만 두는 이유는, 이를테면 기업영화제 혹은 등산영화제 한다고 하면서 그걸로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금방 그만 두는 거죠.
하지만 중간에 힘들더라도 10년, 20년 계속 하면 자리를 잡아요.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런 경우죠. 「부산국제영화제」가 진작 없어지지 않고 잘 운영되어서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영화제잖아요? 사실 중간에 거의 없어질 뻔 한 적도 있죠. 어쨌든 그래서 꾸준히 가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한 말씀씩 해주세요.

댄스필름으로 지원기금을 받은 사례는 아직 없어, 하나의 장르로서 확장되기를 기대
김모든 _ 계속 출품을 하고 싶은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현재보다 어느 정도의 넉넉한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봐요. 춤작품으로 해외에서 초청을 받아 국제교류 사업으로 지원은 받고 있지만 댄스필름으로 기금을 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하나의 장르로서 확장 될 수 있기를 기대해봐야겠죠.
박태식 _ ‘영화제가 지향하는 비전이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하신 것이 있으신가요? 우선 지원이 중요하겠죠. 그리고 아까 하신 말씀 보니까, 영화제작자와 실제로 춤추는 분과 연계해서 할 수 있는 풍토 같은 게 필요할 듯 합니다.
김모든 _ 댄스필름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이 생긴다면 좋을 것 같아요. 제작과정에 대한 교육프로그램들 말이죠. 해외의 댄스필름 영화제에서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안무가의 워크숍들을 진행을 하는 사례들도 있고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설이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무용하는 젊은 안무가들도 댄스필름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박태식 _ 어느 분야든지 예술 분야는 돌파구를 찾아야 돼요. 지금 예술 분야가 다 힘들어요.
정의숙 _ 네. 다 힘들죠. 모두가 힘들어요. 사실 영화는 상업영화는 자본주의 개념에 동승할 수 있죠.
박태식 _ 영화도 역시 잘 나가는 사람들만 잘 나가고, 다큐멘터리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해요. 그리고 촬영감독 같은 사람들은 돈도 못 받아요. 영화 찍고 나서 영화가 엎어지면 돈을 못 받는 경우가 많거든요. 몇몇 사람들만 좋은 거죠. 봉준호, 박찬욱 등, 다 CJ에서 밀어준 감독들이죠. 이런 사람들한테 붙어 있으면 되는 거예요. 근데 다큐멘터리 하는 친구들은 안 돼요. 너무 힘들어요. 무용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힘든 사람들이지 않겠어요?
정의숙 _ 마침 아리랑 TV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어서 저희랑 타이밍이 딱 맞아서 「서울무용영화제」에서 틀기로 했어요. ‘무용가들의 빛과 그림자’, 겉은 화려해 보이나 그들이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든 것을 「두 날개」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를 찍었어요. 저는 영화는 되게 럭셔리한 장르라고 생각하는 데 같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하니까 또 좀 위안이 되네요.(웃음)
박태식 _ 다 그래요. 이 영화제에 거는 기대, 비전이 있으신가요?

무용영화를 위한 안무워크숍도 활성화되길
김이경 _ 우리는 지원을 해주고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 텐데, 1회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쭉 잘 돼서 좋은 플랫폼이 되어서 확산이 잘 되면 좋겠어요. 우리도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면 작년 프로그램이 다르고, 올해 프로그램이 다르고 하거든요. 영상감독을 매칭해 달라는 사람도 있고, 본인이 데리고 오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굉장히 니즈가 달라요. 앞으로 우리가 최대한 지원을 많이 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정의숙 _ 영화에는 영화아카데미가 있어서, 그 영화아카데미를 통해서 훌륭한 감독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우리도 이 영화제가 잘 되려면 영화를 찍고 싶어 하는 감독들이 있어야 해요.
무용하는 사람이 춤을 잘 춘다고 해도 영화를 찍는 건 한계가 있을 것 같아요. 몸을 읽을 줄 아는 전문성 있는 감독과 카메라 앵글을 아는 안무를 하는 사람이 만나야 하는 거죠. 그런데 그런 교육 프로그램이 아직은 없어요. 서울문화재단 무용센터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아카데믹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니까, 저는 이 프로그램이 잘 되길 바라요.
그리고 지금은 우리가 외국에서 필름을 사오지만, 앞으로는 우리 쪽에서 훌륭한 작품이 나와서 외국에서 작품을 사가도록 만들고 싶어요. 가까운 미래에 외국 무용영화제에서 우리 창작자들의 작품을 사러 오는 그런 비전을 가지고 「서울무용영화제」를 시작한 거예요. 물론 단기간에 이뤄낼 수는 없어요. 힘들더라도 스텝 바이 스텝으로, 방향을 잃지 않고 단계별로 올라가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영된 공모 작품을 해외에 내보내는 플랫폼 역할도 할 것
박태식 _ 영화제를 하면 바이어들이 오고, 거기 마켓이 형성돼요. 여기 와서 좋은 작품을 사가거든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 2개뿐이에요. 다른 영화제에도 오기는 하는데, 실제로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서울무용영화제」도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를 지향해서, 작품을 개발하고 이름을 알리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외국의 국제영화제에 여기서 나온 영화를 가능한 한 많이 출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정의숙 _ 네. 그래서 앞으로 서울문화재단과 좀 더 디테일하게 얘기를 해서 여기서 상영된 공모 작품을 해외에 내보낼 수 있는 그런 플랫폼 역할을 할 예정에요.
박태식 _ 제가 국제영화제협회 해외부문 담당이사입니다. 그래서 매달 열리는 전 세계 영화제들에 대한 정보가 다 저한테 와요. 그럼 제가 평론가들한테 거기에 심사위원으로 한 번 참여하겠냐고 제안을 하는데요. 그 쪽에서 보통 체재비는 주지만 비행기 값은 안 줘서 돈이 없는 사람들은 못 가는 거예요. 제가 그런 영화제에 대한 정보를 드릴께요. 그건 그냥 인터넷으로 메일을 토스만 해주면 되는 거니까요. 그러면 이런 영화제에는 우리가 만든 작품을 보내면 괜찮겠다 아니다 하는 판단을 해주시는 거죠. 출품해서 당선이 되고 안 되고는 둘째 문제고요. 대신 출품해주는 것도 간단해요. 그냥 서류 작성만 해서 그 홈페이지에 넣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런 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그렇게 하시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죠.
정의숙 _ 정보를 주시면 정말 도움이 되지요. 감사합니다. 김모든씨가 해외에 출품을 해서 이번에 특별히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두 군데서 상영해요. 하나는 상을 받고 하나는 선정만 됐는데요. 현재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애틀랜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칠레 산티아고, 이태리 제노바에서 초청 상영되었어요. 이중 이태리 제노바에서 ‘베스트 콘셉트’ 수상하게 되었죠. 이외에도 출품을 준비 중이고요. 이젠 국내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출품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김이경 _ 그래서 저희 서울무용센터에서는 번역지원, DVD제작 등 출품과 아카이빙에 필요한 지원도 생각하고 있어요.
박태식 _ 그런 의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한테 정보를 주는 것만으로도 좋죠.
정의숙 _ 계속 발전할 수 있게 응원해주세요.
박태식 _ 발전될 거라고 봐요. 오늘 긴 시간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