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후기

499호, 내달이면 춤지 500호. 기념 책자를 준비하면서 지난호들을 죽 살펴본다. 1976년 창간 이래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바뀐 것 말고 권두시, 살롱, 기행문, 해외춤정보, 이 한장의 사료, 그리고 춤평론 등 편집체제는 큰 변함없이 지금 그대로다. 500년 넘은 유럽의 성당들처럼. 당대를 풍미한 필자들, 시대를 꿰뚫어 보는 놀라운 평문들, 앞으로 「춤」을 이대로 유지할 수만 있어도… 500호를 준비하는 각오와 소감이다.
비디오작가 백남준 씨가 30년전 「춤」에 기고한 ‘한국 무용가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다시 싣는다.(54~56쪽) 과학의 발전으로 생음악은 녹음으로, 음유시인은 인쇄술로, 무용은 비디오로 볼 수 있는 이런 통조림 문화는 발전이며 고등사기라는 글에서 그가 마지막 던진 ‘가면의 진리’는 지금도 새롭다.
(顯)



가을마지
[김요한]

가벼운 비가 오더니
더위가 가고
서늘한 바람, 벌네소리,
가을이 오려한다.
부드러운 아즘해는
구름을 뜰코 빗난다.

닛지못할 한녀름이
가려한다.
슬퍼할가, 깃버할가,
지금가튼 생활에서
어서 떠나가고 십다.
새생활이 오라고 부른다.

<새락한 가을날이 오렵니다>고
그대와 니애기 하고십다.




이달의 좌담은 심정민 춤평론가의 사회로 한국무용협회 조남규 이사장, 현대무용협동조합 김성한 이사장, 한국예술종합학교 남정호 교수와 함께 “한국무용협회에 바란다, 무용계에 바란다”를 주제로 한국 무용계의 현황을 짚어보았다. 조 이사장의 국립무용센터의 구상도 잘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다음달 500호 10월호와 함께 ‘춤이 있는 풍경’이라는 기념책자를 준비한다. 무용가분들, 춤지의 필자들께 ‘춤’ 이란 화두로 원고를 모았다. 죄송하게도 연락이 되지못해 미처 청탁을 못받으신 분들 가능하시면 이번 주까지 원고지 2장 분량 글과 나의 사진 한 장 급히 부탁드린다.
다음달은 사상 최장의 연휴. 춤 편집실은 500호 춤과 500여 페이지 기념책 내야 할 걱정이 태산이다.
(주간·조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