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살롱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건강이 돈 보다 중요하다” 만큼이나, 나이가 들고 세상 물정에 밝아지면 질수록 더욱 통감을 하게 되는 아주 평범한 진리 중의 하나이다. 장사나 기업이나 누구나 이윤의 창출이 목적이므로 원가 이하로 밑지면서 판다는 것은 애초부터 가능할 수가 없고, 따라서 가격이 낮은 것은 그 원가 역시 아주 저렴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니 값이 싼 것을 사놓고 그 재료나 질(quality)이 좋을 것으로 기대를 한다면 시장원리를 모르는 척 하거나 양식이 부족한 거다. 이번 정권은 천문학적인 돈을 복지에 쓰겠다고 한다. 그 돈이 어디서 나올지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나한테 손해가 나지 않으면 쌍지팡이 들고 나서서 반대를 하지 않는다. 의료에 대해서도 보험료의 추가 징수 없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손해를 감수하며 질 좋은 고급 물건을, 아주 싼 값에, 그것도 원가 이하로 밑지며 팔겠다고 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손해를, 선심쓰며 잘난 체 하는 정부 자신이 감내하지 않고 남에게 전가하려는 것이 문재인케어의 문제인 것이다.
현재 의료계는 보험 수가가 원가의 65%에 불과하기 때문에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격을 임의로 책정할 수 있는 보험 밖의 것들로 적자를 보전해 왔는데, 모든 것을 의료 보험에서 보장하면 병원 운영에 필요한 수입을 올릴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 행위의 가격을 나라에서 정하고 있다. 즉 의료의 최종 공급가를 나라에서 정하는데, 희한하게도 의료의 공급을 위해서 필수적인 재화의 원가에 대해서는 전혀 컨트롤을 하고 있지 않다. 선진국의 불과 몇 분의 일 밖에 되지 않는 수가를 주면서도 인건비, 시설, 건물 임대료, 상하수도, 전기료 등의 비용 상승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선진국에 못지 않은 최고의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 이익이 안 난다면 왜 병원, 의원이 즐비하게 깔렸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치킨집해서 먹고 살기 힘들다는데 골목골목 치킨집이 새로 들어서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의료 행위에 대해서 너무나도 박한 이윤만을 허락하는 것은 대충대충 진료로 환자 수를 채워 박리다매를 유도하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 윤리와 도덕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자존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 싼 값에 의료를 공급하도록 강요하는 지금 정부의 정책에 무작정 환호할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점들을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1. 병원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인력과 서비스를 대폭 줄일 것이 분명한데 그래도 편리한 병원이용을 바랄 것인가? 2. 어떤 치료를 해도 같은 값을 받게 된다면 보다 많은 환자를 보기위해 의사는 환자당 진료시간을 어떻게 할까? 3. 경영이 어려워진 병원에서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환자들의 모럴해저드(어차피 무료이니)를 악용하여 불필요한 검사등을 권유하지 않을까?
어르신들 한약 먹는 것까지 국가에서 부담을 해 주면서 원가이하의 의료 수가를 고집하는 것이 현실논리에 맞는 것인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