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살롱

1963년에 개국한 동아방송은 품격높은 프로그램을 편성방송하여 높은 청취율을 올리며 환영을 받았다. 1967년 12월부터 멕시코 이민생활을 기록하는 ‘유카탄아리랑’을 김기팔 극본 안평선 연출로 60여회에 걸쳐서 방송했다.

# 드라마 첫 회 첫 장면
LA를 출발, 동경을 경유 김포공항에 착륙한 서북항공기, 한 노인이 내리고. 두리번거리던 노인이 통곡을 한다.
“여기가 한국, 내 조국, 그렇지 드디어 왔어, 을사년에 떠났으니까 62년만인가, 긴 세월이었어, 하두 가난하고 살기가 어려워서…, 나라꼴이 어지럽고 답답해서…. 왜놈들은 우리나라를 잡아먹으려하고, 관은 도둑질이나 하고… 그러니 백성이 살 수가 있나! 그래서 을사년(1905) 3월에 1033명이 제물포에서 큰 화륜선을 타고 떠났어. 거칠고 황막한 노예이민이지.”
당시 멕시코는 스페인 식민지였고 ‘애니깽’ 농장은 어떤 곳인지 아무런 자료도 없었지만 농장주와 감독들의 행패는 우리가 일제로부터 겪었던 악랄한 경험을 그대로 닮았을 것으로 연출했다.
애니깽도 확실히 몰라서 선인장 종류일 것으로 짐작했다. 몇 년 뒤 TV다큐에서 보니까 껍질이 매우 질겨서 큰 함선에 밧줄재료로 쓰인다고 한다.
언론통폐합으로 동아방송은 없어졌지만 열정을 쏟아 연출했던 작품들이 떠오른다. 방송현장을 떠난 지도 20여년, 다시 들어 볼 수 있을까?
멜로드라마는 대개 주제가가 음반으로 나오지만 「유카탄아리랑」 주제가는 음반취입을 못했다. 그런데 길이 열렸다. KBS 「가요무대」 팀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1절만 있는 주제가를 2절로 새로 편곡해서 지난 8월14일 광복절특집 가요무대에 방송했다.(연출:조성호)
김동건 씨가 멕시코이민의 역사와 현재 멕시코사회에서 탄탄한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설명을 했다. 노래는 국악 젊은 소리꾼 김용우 씨가 한 서린 구성진 창으로 가락을 이어가고 김나래 씨의 해금 선율위에 망향의 꿈을 대사로 읊어주어 감명깊었다.
110여 년 전 머나먼 이국땅에서 온갖 고통을 인내하며 새로운 땅을 개척한 동포들의 모습을 소개한 노래를 감상하면서 직접 드라마를 연출했던 PD는 감회가 새로웠다.
노래 한 곡이 완성된 작품이었다.(작사: 김기팔·안평선, 작곡: 김희조)
50년 만에 다시 듣는 주제가, 아득히 흘러간 노래가 새로운 모습으로 별곡아리랑이 되었다. 「가요무대」 팀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