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살롱

우리나라 사람의 몰입성은 알아줘야 한다. 종교, 사상, 문화가 유입·전파되어 한 번 궁합이 맞으면 쉬 빠져들고 확장세가 아주 빠르다. 먹거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시대를 많이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최근의 커피, 와인의 열풍만 봐도 알 수 있다. 서울의 스타벅스가 뉴욕보다 많고, 커피믹스를 개발하고, 한국의 와인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몰입적 성향을 잘 알 수 있다. 전 세계인의 1/3이 즐긴다는 커피는 서울의 한 집 건너 있다시피한 체인점과 인스턴트커피의 판매량만 봐도 애음 인구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알다시피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이다. 커피의 어원인 카파(caffa)는 에티오피아 말로 힘이라는 의미다. 이 커피가 중동의 예멘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어, 유럽인들이 남미와 동남아시아 식민지의 값싼 노동력으로 재배하기 시작하여 오늘날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최대의 커피 생산국이 되었다. 이설이 많지만, 커피가 처음에 유럽으로 전파되었을 때는 높은 세금으로 귀족들의 호사였고, 교황청에서는 잠을 안 들게 하여 방탕함을 즐기게 하는 이교도의 ‘악마의 음료’라고 금기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고종이 처음으로 커피를 마신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지금은 소실된 정동의 손탁호텔에 최초의 커피숍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일부 식자층에서 커피를 즐겼지만, 대중들이 접하게 된 것은 미군들이 들여온 인스턴트커피에서 비롯되었다. 이 커피가 이제는 길거리 어디서나 손에 들린 컵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사랑받는 대중적인 음료가 되었다. 그래도 핸드드립 커피(hand drip coffee)를 즐기는 사람은 아직 10% 남짓이라고 한다.
북촌, 서촌 투어 붐이 일기 전에 부암동은 조용한 서울의 시골이라고도 불리던 곳이다. 하지만 커피에 관한 한 원두의 로스팅과 핸드드립의 원조격인 동네다. 이곳에 최고의 바리스타보다 최고의 로스터가 되겠다는 주인장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소마커피’가 있다. 북촌인 삼청동에 ‘루소 앤 루소’라는 집으로 있다가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부암동으로 이전한 지 4년째지만, 지금도 원두를 구입하거나 커피를 즐기러 오는 발길이 작은 가게에 끊이질 않는다. 주인장은 커피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만 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커피 공부를 하고, 좋은 원두를 찾으러 외국까지 다니고, 후배들을 가르치며 무엇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드립커피는 자신의 입맛에 따라 단맛, 신맛, 쓴맛 등과 흔히 바디감이라고 말하는 짙음과 옅음 등 취향에 맞는 원두를 선택해서 주문하면 된다. 특별하게 선호하는 커피가 없다면, 소마에서 커피를 잘 마시는 팁은 주인장에게 자신의 입맛 취향을 소상히 말해 주는 거다. 예를 들어 산미(酸味,acidity)가 나고, 바디감이 강한 커피를 달라고 하면 거기에 맞는 원두를 골라 내려준다. 조금 비싼 가격을 치르면 융드립을 한 커피도 맛볼 수 있다. 바닥을 뒤집어 보게 하는 고급 잔에 담긴 커피와 잘 구운 쿠키나 산뜻한 와플은 환상의 조합이다.
소마커피(02-39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