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무기

* 이정연댄스프로젝트 이정연 안무의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8월3~5일 멕시코시티극장)
멕시코에는 다양한 예술축제들이 있다.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힘들지만 대표적으로는 「세르반티노 국제 페스티벌(Festival Internacional Cervantino)」, 「멕시코 페스티벌(Festival of Mexico)」, 「송 하로쵸 음악 페스티벌(Son Jarocho Music Festival)」 등이 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행해지는 다양한 예술축제들만 보아도 멕시코 국민이 문화예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이번에 이정연댄스프로젝트가 참가한 「맥시코시티 국제 컨템포러리 댄스 페스티벌(The International Contemporary Dance Festival of Mexico City)」은 기획자 라울 타메즈(Raul Tamez)와 로드리고 곤잘레스(Rodrigo Gonzalez)에 의해 2016년 8월에 처음 시작되었는데, 그들이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시작한 취지는 멕시코시티에서 행해지는 유일한 세계적인 컨템포러리 무용 페스티벌을 만들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라울은 이번 축제에 본인의 작품도 개막제에 올리며 기획자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안무자와 무용수로서의 능력도 보여주었다. 올해의 행사는 작년에 비해 멕시코정부의 지원도 커지고 참가단체도 늘어나면서 그들이 의도한대로 명실상부한 멕시코시티 내 유일한 컨템포러리 무용 페스티벌로 자리매김이 되었다. 참고로 이번 행사에는 총 14개 국가에서 30개의 단체가 참가했으며 특히 개막행사는 1918년도에 준공된 멕시코의 상징적이며 역사적인 장소인 시티극장(Teatro de la Ciudad)에서 열렸다.
이번 개막행사작으로 초청받은 이정연 안무의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또는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이하 SNS)를 통해 발생되는 현 시대적 문제점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함으로서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관객들의 동감을 이끌며 호평을 받았다.

작품은 사각의 틀 안에 갇혀있는 무용수들의 형상으로 시작된다. 사각의 틀 안의 무용수들은 관객의 입장으로 보면 그 안에 갇혀 가식적으로 포장된 미소를 지어보이고 행복한 경험만을 보이려 하는 SNS에 중독되어 있는 현대인의 모습으로 보인다. 작품시작부터 나지막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무용수의 내레이션이 괴기하고 신비로운 현대음악과 함께 조화되며 극중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내레이션의 목소리는 때로는 부드럽고 감미롭게, 때로는 거칠어진 호흡이 섞여 자극적으로 다가오며 시작부터 작품의 기대감을 높인다.
가면을 쓰고 있는 무용수와 맨얼굴의 무용수의 역동적인 2인무가 연결되는데, 가면을 쓰고 있는 모습이 본 모습인지 아니면 맨얼굴의 모습이 본 모습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심지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맨얼굴의 무용수에게 가면을 씌워주고 싶다는 충동이 들도록 유도된다. 물리적으로는 아무 것도 씌워져 있지 않아야 할 얼굴에 가면이 들러붙어 버린 모습이다. “사랑하는 척”, “미워하지 않는 척”, “열심히 하는 척”, “괜찮은 척”, “있는 척” 등등. 도대체 나의 무엇을 보호하고 가리고자 “~척”하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마치 잘 만들어진 한편의 공익광고를 대하는 느낌이다.
이어지는 여성 3인무는 작품에 극적인 요소를 더한다. 이들의 의상은 빨강색, 파란색, 그리고 검정색으로 이루어지는데 완전한 보색관계의 색은 아니지만 적당히 대립적인 색들이 충돌하며 상대방의 의상과 춤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더군다나 정확하게 재단해 놓은 것과 같이 새하얀 사각의 조명디자인은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연상시키는데 무용수들이 그 기계 속으로 들어가 움직이고 있는 것과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작품은 남녀 2인무 이후 가식적이고 포장되어졌던 모습이 모두 벗겨지며 어쩔 줄 몰라하는 군상들의 모습으로 마무리 된다. 작품을 보는 동안 물에 적신종이를 한 겹, 두 겹 반복적으로 얼굴에 쌓아 올리며 호흡을 곤란하게 고통을 주는 ‘도모지’라는 고문방법이 연상되었다. 이정연의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남들보다 우월해지고 싶은 허영심, 본인만 생각하는 이기심, 심지어는 타인을 엿보고 싶어 하는 관음증까지 내포하고 있는데 그것들이 젖은 종이가 되어서 얼굴을 덮으며 스스로를 숨쉬기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최근 SNS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마케팅 도구로도 사용되고 심지어 사회관계망까지도 만들어내며 현시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그렇기에 안무가는 옳다, 틀리다의 이분법적 사고로 명쾌한 해결책이나 답을 만들어 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연은 본인의 작품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진실한 표현의 중요성과 그로 인해 잃어버린 삶의 회복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으며 관객들은 안무가가 제기한 문제에 공감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