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살롱

통계청이 집계하는 「가계동향조사」에서 매년 감소하는 지출 항목이 있다. 바로 도서구입비다. 가계의 소비와 지출은 대체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여 왔지만, 유독 책을 구입하는 데는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도서구입비는 2003년 이래 매년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학습참고서를 포함한 가계 월평균 도서구입비는 2003년 37,793원에서 2016년 15,234원으로 무려 59.7%나 감소했다. 절대 액수뿐만 아니라 가계 지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도서구입비의 비중도 2003년 1.3%에서 2016년 0.45%로 대폭 감소했다. 개인 도서구입비가 줄면서 출판시장의 어려움이 깊어가고 있다.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도서구입비에 대해 추가 소득공제를 한다고 최근 발표했지만, 그렇게 한다고 책을 더 살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들이 경영난 타개법 중 하나로 택한 것이 ‘판매대를 판매’하는 것이다. 개인의 책 구매가 줄어들자 매대를 출판사에게 판매해서 매출을 보전하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매대 판매는 최근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이전에는 대형 매장에서 통행량이 많은 일부 매대에 한해 출판사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렸다. 제한적인 ‘광고 매대’라 할 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대형 서점들이 매대(책 표지가 보이도록 진열하는 평대라 불리는 판매대)를 대대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인파가 몰리는 일부 서점의 매장에서는 매대를 구매하려는 출판사를 대상으로 추첨하기도 한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대형 서점의 사회적 역할 중 하나는 가능한 많은 책을 진열해서 독자들에게 책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일이다. 많이 판매되지 않더라도 해당 분야의 필수 도서를 비치하는 것도 대형 서점이기에 기대하는 일이다. 아무리 넓은 대형 서점이라도 모든 책을 진열하거나 보관하기는 어려우므로 나름의 선택과 추천 기능이 필요하다. 서점마다 각기 다른 구색과 특색이 거기에서 생겨나고, 독자는 이를 신뢰하며 구매의 판단 자료로 활용한다. 다른 상품을 판매하는 곳들과 달리 소비자인 독자는 서점이 독자의 편에서 읽을 만한 좋은 책을 매장에 진열해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매대를 판매’하는 서점에서는 그런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서점의 책에 대한 판단이 제거되고, 신뢰할 만한 유통경로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려워진다. 오로지 자본력 있는 출판사의 영향력이나 마케팅 경쟁을 표현한 ‘상품 전시장’에 지나지 않는다. 인터넷서점에서도 초기 화면의 배너광고가 매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 실제로는 광고이면서 광고가 아닌 책 소개인 것처럼 만든 눈속임 기법들이 독자의 눈을 현혹한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독자를 무시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서점의 매대 판매는 출판사 입장에서도 큰 문제다. 책이 팔리지 않아 걱정인 마당에 출판사 간의 경쟁으로 불필요한 ‘매대 구입비’까지 판매촉진비로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대형 서점들은 당장 매대 판매를 멈춰야 한다. 서점의 가장 큰 고객인 출판사의 경영을 압박하고 독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자충수는 자멸을 부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