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좌담

김성한 (金性漢 / 현대춤·현대무용협동조합 이사장)
남정호 (南貞鎬 / 현대춤·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조남규 (趙南奎 / 한국춤·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심정민 (沈廷玟 / 춤평론, 사회)


한국무용협회의 쇄신 방향과 비전
심정민 _ 오늘은 무용계 인사 세 분을 모시고 ‘춤계 위상 제고’라는 주제로 좌담을 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무용협회에게 바란다, 무용계에 바란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올해 초 한국무용협회의 이사장이 상당히 오랜만에 바뀌면서 쇄신의 의지를 표명하였습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쇄신이 펼쳐지고 있는지 그 가시적인 면에 대해 의문을 갖기도 합니다만, 굵직한 축제 사업이 하반기에 몰려 있는 만큼 앞으로를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물론 전반기에 「젊은안무자창작공연」, 「전국 초중고등학생 무용콩쿠르」,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가 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무용계 일부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업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반기에 「전국무용제」, 「서울무용제」, 「대한민국무용대상」 등이 마무리 되어야지만 한국무용협회의 쇄신의 의지가 어떻게 실제화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평가도 활발하게 있을 겁니다. 오늘은 무용가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들 이를테면 한국무용협회에서 계획하고 있는 쇄신 방향이라든가 비전 등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조남규 _ 제가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에 당선된 후 한국무용협회 사업을 어떤 방향으로 개편해 나가야 할지 무척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우선 한국무용협회에서 주관하는 주요행사의 평가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전반기에 진행한 「젊은안무자창작공연」, 「전국초중고무용콩쿠르」,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의 국내예선의 평가시스템을 재정비했어요.
특히 한국무용부문 병역특례가 주어지는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는 심사위원 한두 사람의 호불호에 따라서 순위가 뒤바뀌지 않도록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최저 90점에서 최대 99점까지 주는데 임의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1등은 무조건 99점을 주고 2등은 98점을 주도록 하였습니다. 즉, 평가점수를 순위제로 해서, 모든 심사위원들이 고루 동의해야만 1등이 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으로 변경하였습니다. 또 심사위원 명단과 함께 모든 채점 결과를 공개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에게 대회 전날 밤 9시 넘어서 심사 위촉을 통보함으로써 최대한 심사위원 정보에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하였습니다. 또 이전까지 한국무용분야 심사위원이 5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금년에는 7명으로 확대하여 심사위원들 평가 점수 중 최하점과 최고점을 제외하고 순위에 따라 90점에서 99점까지 배점을 하게 되니 개인의 기호에 따른 편차를 축소할 수 있었어요. 즉 심사위원의 70~80%가 동의해야만 1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된 거죠. 나름대로 공정성 측면에서는 잘 된 시스템이고 생각합니다.
심정민 _ 사실 콩쿠르의 경우는 심사위원의 기밀 유지와 점수폭 규정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공정하게 심의한다면 점수폭이 70~99점이나 80~99점 사이에 있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반대로 심사위원 두세 명이 모종의 의도로 떨어뜨려야 할 사람은 10~20점을 주고 올려야 할 사람은 95점 이상을 준다면 순위가 뒤집어 질 수밖에 없거든요. 불합리한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최고 점수와 최하 점수 폭의 한계를 정해주는 게 타당하다고 봅니다. 또한 참가자 중에 제자나 친인척이 있을 경우 기권을 하는 등의 회피제, 기밀 유지를 위한 규정 등을 통해 심사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콩쿠르에서는 순위를 매겨 상을 줘야하기 때문에 공정성과 그에 따른 신뢰도가 무척 중요합니다. 이를 잃어버리면 콩쿠르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쇄신의 움직임은 아주 고무적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무용계 현장에서 더욱 주목하는 것은 하반기에 개최되는 세 개의 굵직한 축제들인데, 어떻게 쇄신해 나갈지 궁금합니다. 체계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대대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조남규 _ 무용계 최고의 창작 예술가 및 작품을 발굴하기 위한 취지로 2008년도에 창설된 「대한민국무용대상」을 통해 그 동안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많은 우수 단체들이 참가하였고, 「대한민국무용대상」에 이름을 올린 많은 창작 예술가와 안무가들은 현재도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어 나름대로 많은 성과를 가져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참가하는 모든 작품에 대하여 심사위원이 직접 현장평가를 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비디오 심사라는 평가 방법을 도입했으나, 그로 인한 평가의 문제점이 제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017년 「대한민국무용대상」은 기존 시스템을 버리고 획기적이면서 새롭고 독립적인 행사로 거듭나려 합니다. 즉, 무용인들만의 축제가 아닌 모두를 위한 예술축제로 전환하여 대중에게 현장평가를 받음으로써, 예술성이 높은 무용도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무용협회 사업 중 「전국무용제」, 「서울무용제」, 「대한민국무용대상」이 나름대로 정체성과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무용의 대중화와 젊은 안무가들에 대한 참여기회 확대라는 측면을 고려하여 금년부터 「대한민국무용대상」을 야외축제로 전환하는 것을 과감히 결정하였습니다.
야외축제, 야외공연의 장점은 일반 관객들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무용 대중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 될 것으로 봅니다. 또한 공연할 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무대세트나 조명과 같은 부가적인 요건들을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이는 안무자의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게 되고 그동안 공연 제작비 중에서 무용 이외의 비용으로 지출되던 많은 부분을 무용수나 안무자의 창작을 위한 비용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한국무용협회 이사회를 통해 결정하였고, 평가방법도 김연아 선수가 출전하는 피겨스케이트 대회처럼 전광판 점수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그리고 평가점수배분도 전문가평가점수 80%와 일반시민평가단점수 20%를 반영하여 예술성과 대중성이 높은 작품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평가 시 공연현장에서 각 팀의 공연 후 심사위원들이 평가한 것을 전광판을 통해 즉시 공개하는 공개심사방식을 채택하여 심사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도록 하였습니다.
심정민 _ 콩쿠르처럼 무용수 기량 평가가 초점인 경우에는 심사위원들이 즉각적으로 점수를 눌러서 전광판에 나오는 게 적합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안무 평가는 포커스가 좀 다릅니다. 작품이라는 게 딱 봤을 때 눈에 띄고 재미있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곱씹을수록 진국이 우러나오는 작품이 있으니까요. 또 안무나 연출이라는 것이 몇 가지 잣대로 심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각 작품이나 예술가마다 창조적 고유성을 고려하여 다각적인 판단 하에 심의를 해야 합니다. 따라서 안무나 연출을 즉각적으로 심사하게 되면 나중에 심사위원들이 이 작품이 아니라 저 작품이 더 좋았다고 하면서 후회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조남규 _ 지금 굉장히 좋은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그런 측면을 보완하기 위해서 심사단계를 3단계로 나눠서 평가를 하고 있어요. 공연팀은 1차적으로 서류심사 등을 통해 15팀을 선발하고 예선 경합을 통해 이들 중 6개의 팀이 본선에 진출하고, 본선에 진출한 6개팀이 재경연을 통해 최종 2팀이 결선에 올라가는 체계적인 형식의 경연을 펼치게 되어있습니다.
김성한 _ 제가 한국무용협회 현대무용분과위원장으로서 보충해서 말씀드리면, 그동안 한국무용협회의 축제들이 무용계 사람들을 위해 존재해왔고 무용계 사람들만의 리그로 진행되어 오면서 훌륭한 사람들이 상을 받아왔지만 간혹 많은 분들이 결과에 동의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부분에서 한국무용협회는 많은 고민 끝에, 이 시대에 맞게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는 축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결론을 바탕으로 축제의 방식을 바꾸게 된 거죠.
심정민 _ 그동안 한국무용협회가 허리 세대, 더 정확히 말하면 무용계 현장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 창작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 무용가들에게 상당히 신뢰를 잃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무용협회의 주력 무용제에 대해 어차피 안 되는데 거길 왜 나가냐는 식으로 기피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김성한 선생은 현장 무용가로 창작 활동을 하고 단체도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허리 세대 무용가시잖아요. 허리 세대 무용가를 대변하여 한국무용협회에게 기대하는 바나 조언하는 바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김성한 _ 「젊은안무자창작공연」 심사위원장을 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무용협회가 큰 변화 없이 오래전부터 수동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시대에 맞게 즉, 능동적인 협회로 바구어가려고 모두가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용심사의 경우 소수의 심사위원 평가에 의해 결과가 좌지우지되지 못하게 주관적인 면과 객관적인 면을 잘 조율하여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특히, 객관성과 공정성 부분을 개선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무용협회의 총 7개 사업 중 3개 사업이 완료되었고, 앞으로 큰 사업이 4개가 남았는데 이 또한 공정하게 치르기 위해 한국무용협회가 노력 중에 있습니다. 이전에 능동적이지 못했던 부분들을 조남규 한국무용협회 이사장께서 시대에 맞게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저를 포함한 김길용 발레분과위원장, 김종덕 한국무용분과위원장 등 현장에 있는 사람들 즉, 허리 세대들이 느꼈던 것을 그대로 무용협회에 전하고 이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심정민 _ 협회 운영진으로 현장 무용가들을 포용하려 하고 그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쇄신의 의지나, 함께 가려는 동반자 의식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성한 _ 무용과 연극은 공연예술로서 현장 중심의 예술 장르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무용은 연극에 비해 그 동안 현장의 메시지 전달이 힘들었습니다. 앞으로 변화된 한국무용협회에 무용인들의 목소리를 전해줄 수 있는 대변인이 돼서,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건전한 무용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모두가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심정민 _ 사실 명칭 자체가 ‘한국무용협회’이잖습니까. 명칭이 갖고 있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한국 무용계의 발전을 위해 솔선수범해야 하는 기관인 것이죠. 무용계의 공공의 이익을 도모해가야 하며, 불합리한 일이 닥치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며, 또 때론 대의를 위해 희생할 줄도 아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반면 기득권과 비(比)기득권을 가르고, 계파와 파벌을 조장하고, 이권 장악과 소외를 야기하는 상황은 지양(止揚)해야겠습니다. 지금 무용계가 상당히 침체이고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데 한국무용협회가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해나갈 수만 있다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대학을 중심으로 한 교육 쪽에서는 한국무용협회의 최근의 변화를 인식하거나 의식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결국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무용계 현장에 나가면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히지 않습니까. 남정호 선생께서는 교육자이자 예술가이기도 하시므로 이러한 부분에 대해 더 정확히 느끼고 있을 듯합니다.
남정호 _ 젊은 새 협회장이 나오니까 아무래도 기대를 하게 되네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하는데, 새 술이 뭐냐는 의문도 하게 됩니다. 후반부에 협회에서 진행하는 몇 개의 사업이 새 술이라고 본다면, 전반부에 한 건 그 전에 하던 것을 좀 더 명확하고 투명하게 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네요. 한꺼번에 완전히 다른 술을 담을 수 있을 만큼 우리가 그렇게 유연성(flexibility) 있는 사회가 아니니까, 천천히 조금씩 변화하면서 지금까지의 모순점, 불합리함 등을 풀어나가야 되겠죠.
저는 사실 협회하고는 항상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왜냐하면 무용협회라는 조직은 무용가들이 모이는 곳이잖아요. 사실 예술가로서의 무용가들은 모이는 것보다는 흩어져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예술가들은 흩어져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어떻게 다른가를 보면서 같음보다는 다름의 미학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본능적으로 모이는 것보다는 혼자서, 고독한 사무라이처럼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는 것이 예술가의 자세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현재 우리 사회가 아주 빨리 변하고 있고 무용 분야 역시 엄청나게 빨리 양적으로 팽창했기 때문에 그것을 감당하기 위한 철학이나 정책을 정할 수 있는 조직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어요. 한국무용협회가 그 일을 해줄 수 있으면 너무 고맙지만, 그렇게 한꺼번에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 사회가 많이 변했고, 무용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어서 오히려 무용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보다 일반인들이 무용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석사)에 국내 유수 대학출신들이 지원하는데 왜 왔냐고 하면 무용이 너무 좋고, 무용을 하고 싶고, 무용가가 되고 싶다고 해요.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무용을 했던 사람보다 무용을 좋아하면서도 그걸 여태껏 드러내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은 거예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욕구와 수요에 부흥할 만큼 우리 무용계의 철학이나 시스템, 체계가 잘 마련되어 있지 못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변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한국무용협회가 얼마나 융통성 있게 변화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봐요.
좀 다른 관점에서 보면 협회가 지금껏 해오던 사업을 더 투명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그런 사업들이 과연 정말 필요했는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콩쿠르의 경우를 예로 들면, 남자 무용수들이 20대를 콩쿠르에만 전념하고 그 중에 1년에 1~2명 입상해서 군대를 안 가게 되는 이 한심한 에너지 낭비 상황을 그대로 지속시킬 것인가 하는 거죠. 또 예술이란 것이 다름의 미학인데, 거기에 체조 경기와 같은 기준잣대를 들이대서 1등, 2등, 3등 점수를 매기는 것을 꼭 해야 할까요?
협회다운 사업은 보는 것보다 직접 춤을 추고 즐기는 것을 더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 춤추는 현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사회의 민심을 읽어내서 반영할 수 있는 새 부대가 나왔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조남규 _ 남정호 선생이 굉장히 좋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한국무용협회가 앞으로 해야 하는 것은 현재 주어진 사업을 잘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용계 전반에 대한 이슈를 잘 파악하고 무용계에 가장 필요한 정책들을 개발해서 앞으로 우리 무용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한국무용협회 이사회에서 문화예술정책연구실을 부속기관으로 설립하였습니다. 한국 무용계의 현황을 분석하고 정책적으로 추진할 사항들을 파악하고 관계기관과 협의 및 건의 등을 통해서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런 과정이 바로 우리나라 최대의 무용단체이자, 무용가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단체인 한국무용협회의 나아갈 방향성이라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가장 주력해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 ‘국립무용센터 건립’입니다. 국립무용센터는 스튜디오, 랩, 극장의 기능을 가진 댄스랩과 라이브러리, 아카이브, 뮤지엄 기능의 댄스라키비움, 그리고 교육, 리서치, 커넥션, 소극장 기능까지 가진 무용가의 집의 역할 등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적인 시설을 말하는 거예요. 다른 장르는 다양한 기관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 무용계도 이러한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는 국립무용센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립무용센터와 함께 현재 우리 무용계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무용생태계의 활성화’라고 생각하고, 무용생태계활성화를 위해서는 초중고시절에 무용교육을 시키는 것이 가장 필요하고 절실하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무용교육혁신위원회에서 무용교사자격증의 도입과 무용을 교과목으로 채택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오셨고, 그 덕분에 일부분은 나름 성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은 연극은 선택 교과목으로 채택이 됐는데 무용은 아예 채택도 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교육부에서 교과목 선택을 4년 주기로 선정하니까 앞으로 꾸준히 노력해서 반드시 교과목으로 채택되도록 우리 무용계가 합심해서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 한국무용협회도 국립무용센터 건립과 무용교과목 채택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을 할 예정입니다.

비전의 실제화로서 국립무용센터 설립과 무용교과목 확립
심정민 _ 국립무용센터 설립과 무용 교과목 확립은 무용계 전체에 도움이 되는 공공적인 사업입니다. 한국무용협회가 무용계에 하나의 비전을 제시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얘기라고 사료됩니다. 특히 국립무용센터는 무용계 현장의 예술적 발전과 활성화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최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국립무용센터가 설립되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하면 연계된 국립무용박물관 같은 것도 추진해야 할테고요.
조남규 _ 무용분야는 문화예술계에서 인적, 지적, 물리적 인프라가 가장 낙후된 분야임니다. 특히 잇따른 대학 무용과의 폐쇄, 무용전공자들의 취업 적체, 무용인들을 위한 복지 정책 부족, 무용을 위한 전문 연구와 창작 공간의 부재 등은 한국 무용계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에 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국립무용센터의 건립이며, 이 센터가 무용인들의 화합, 협력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한국연극협회가 가장 부러웠던 것이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연극계는 연극분야의 전체적인 이익에 대해서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낸다는 거예요. 우리 무용계도 각각 개인의 의견은 다르지만 무용계의 공통 이익을 위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용 교과목 채택이나 국립무용센터 건립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무용계가 하나가 돼서 꼭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무용계와 전국무용제의 개선 및 활성화 방안
심정민 _ 지금까지 한국무용협회의 쇄신 방향, 비전 제시 등과 같은 것을 논의하였는데요, 한국무용협회를 구성하는 큰 영역으로 지역 무용계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지금 지방분권시대라고 해서 각 지역의 고유성, 독립성, 자율성을 인정해주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지역이 일련의 긍정적인 변화 없이 계속 침체일로에 빠져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 문제점입니다. 무용계 전체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특히 지역 무용계는 고사 직전이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지역 무용계의 개선 방안이나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언급하지면요.
조남규 _ 한국무용협회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전국에 80곳 넘게 지회·지부가 있어 서울과 지역무용계의 활발한 소통 및 정보교류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동안 한국무용협회의 지회·지부가 지역무용계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고 자부 합니다. 특히 25년간 개최된 「전국무용제」는 지역예선이 전국 각 지역에서 무용축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무용의 지역 활성화를 위한 측면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는 것은 큰 성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지역무용계는 너무나도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전국무용제 대표자 회의에 참석해서 전국 지회 지회장들과 간담회를 통해 지역무용계의 현안을 청취해보면, 현재 지역무용계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용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지역대학 무용학과의 통폐합, 그리고 무용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문도 갈수록 좁아져 청년은 물론 중장년 춤꾼들의 활동까지 위축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역대표자들은 나름대로 지역무용계의 활성화를 위하여 초·중·고교에서 각종 무용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청과의 협조 방안. 무용 동작을 활용한 노인 치료·직장인 힐링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방과후학교나 토요스쿨 등 학교 현장의 무용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해 ‘무용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해 오고 있으나 그 성과가 미미하다고 하소연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한국무용협회에서는 지역무용계의 활성화를 위한 일환으로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에 지역쿼터제를 도입해서 전국 16개 시도에서 지역예선을 치루도록 할 예정입니다. 지역에서는 국제행사 지역쿼터제 도입으로 인하여 시나 도로부터 예산을 추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앞으로 지역무용계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지 심사숙고해서 방안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심정민 _ 중앙무용계든 지역무용계든, 한국무용협회가 어떻게 하나 보자는 식으로 관망하기보다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함께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기득권과 비(比)기득권을 가르고, 계파와 파벌을 조장하고, 이권 장악과 소외를 야기했던 무용계 풍토에서 벗어나 한국무용협회뿐 아니라 무용가 개개인이 힘을 모아 무용계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겠습니다. 한 명, 한 명의 무용가들이 모두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한국무용협회가 본연의 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 테고 무용계 전체가 득이 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정호 _ 어제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교포인 디렉터를 만났는데요. 그분이 여성주의자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매년 미국에서 한국에 온다고 해요. 제가 뭐가 좋길래 매년 오느냐고 물었더니 이 회의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매년 제주도, 부산, 군산 등 매번 한국의 다른 도시를 돌면서 개최해서 한국의 지방도시를 알아가는 매력이 있다고 해요. 한국무용협회도 어떤 한 사업을 전국을 다 돌면서 하면 좋을 것 같네요.
조남규 _ 네. 아주 좋은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무용협회에서 주관하고 있는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를 「전국무용제」처럼 지역을 순회해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금년에는 천안의 「천안흥타령춤축제」와 연계에서 개최하고 있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지역무용계의 활성화를 위해 콩쿠르에 국한되지 않고 현대무용페스티벌로 행사규모도 좀 더 확대시켜 지역을 순회하여 개최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정호 _ 공연 개념이 아니라 축제 개념으로 한다는 거죠?
조남규 _ 네. 현대무용축제 여러 가지 카테고리 중 이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가 하나로 들어가는 거죠.
심정민 _ 「전국무용제」의 가장 큰 문제가 서울과 지역 간의 편차도 크지만 지역마다의 편차도 대단히 크다는 데 있습니다. 평가를 다녀보면 부산이라든지 대전, 대구 등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어 성황리에 행사를 치르는데 비해, 그밖에 지역 중에서는 사업 진행이나 관객 참여도에 있어서 심각하다고 느껴지는 곳도 있더군요. 따라서 무용계 활성화가 안 되어 있고 큰 행사를 유치할 여력이 떨어지는 지역에는 좀 더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기획 및 행정의 전문인력을 지원한다든지 해서 행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한국무용협회의 역할일 것 같아요.
조남규 _ 저도 이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1992년 「춤의 해」에 「전국무용제」가 창설된 후, 지난 25년간 지역 무용계의 발전에 나름대로 많은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지역무용계 간 수준 편차로 인한 여러 문제점들이 도출 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난 전국무용제 대표자 간담회를 통해 지역 대표자들의 여론을 수렴하여 8월24일에 개최한 협회 이사회에서 내년도에 시행할 「전국무용제」의 중요한 내용을 개편하였습니다. 첫째, 그동안 안무자의 참가가 만 45세까지만 가능했지만 내년부터는 안무자의 연령제한을 철폐하였고, 둘째. 참가무용수의 수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지역을 위하여 참가단체 지역출연자는 전출연자의 30%만 해도 가능하도록 하여 지역 간의 무용수 수준 편차를 극복 할 수 있도록 개선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공정한 경연을 펼칠 수 있는 기본 토대가 조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심정민 _ 또 하나의 문제는 지역무용계가 최근 춤 경향에 너무 뒤쳐져 있는 감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젊은 무용가들이 의식을 가지고 최근 춤 경향에 동참하려면 지역을 떠나 굳이 서울에 와서 활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국무용제」에서만이라도 포럼이나 세미나 혹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최근의 춤 경향에 대한 인식을 높여가야 한다고 봅니다. 춤 예술은 아는 만큼 잘 볼 수 있고 잘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춤 경향을 컨템포러리 댄스라고 하는데 그 특질이 다소 까다롭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자리는 분명 필요합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교육 부분은 대학에서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전국무용제」에 여러 부대행사들 중에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프로그램들은 정리를 하고 실제적으로 필요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것이 더욱 실제적인 도움을 줄 겁니다.
더 나아가, 시상 부문에 최근의 춤 경향을 추구하는 보다 젊은 무용가들을 위한 상을 추가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역에서 몇 십 년 동안 활동하신 선생들의 창작 작업도 의미가 있지만, 20~30대의 젊은 무용가들의 창작 작업은 새로운 흐름에 발맞춰가야 하거든요. 이렇게 지역에서도 최근의 춤 경향을 배우고 만들 수 있다면, 젊은 무용가들이 그러한 춤을 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등지고 상경해야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지역무용계의 젊은 무용가들이 그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게끔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서울무용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도 대부분, 상당수 지역 출신이거든요. 지역무용계에 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은 곧 침체를 촉발하고 이는 곧 무용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조남규 _ 현재 「전국무용제」의 문제점을 잘 지적해서 말씀해주셨는데요. 저희들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던 부분입니다. 그래서 내년부터 「전국무용제」 조직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직에 대한 개편을 통해 프로그램개발과 우수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서 운영위원회를 구성 할 생각입니다. 운영위원회를 통한 좋은 아이디어를 집행위원회 측과 충분히 토론과 논의를 통하여 구성한다면 나름대로 성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심정민 _ 한국무용협회가 하기엔 과외의 사업일 수 있지만 「대한민국무용대상」, 「서울무용제」, 「전국무용제」의 최우수작에 한해서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아 지역의 여러/몇 극장에서 순회공연을 하는 기획도 살펴볼 만합니다. 물론 전제조건을 좋은 작품을 잘 뽑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지역무용계나 관객층이 자연스럽게 춤의 최근 동향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사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도 이와 같은 연계된 기획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거의 매년 한두 작품은 나오기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아까 언급한 교육프로그램과도 연결될 수 있는데, 최근 무용가들의 역사의식이 매우 부족한 듯합니다. 역사의식이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라, 자기가 하는 무용이 어떤 역사를 통해서 지금 어떻게 펼쳐져 있는지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 기초적인 것조차 모르는 채 자기 춤의 정체성은 어떻게 찾아갈 것인지 의아하네요.
김성한 _ 맞습니다. 한국전쟁을 모르는 학생도 있었어요.
남정호 _ 최근의 현상이 아니에요. 예술가들을 보면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인식을 하는 사람이 있고, 완전히 자신의 세계 안에서만 사는 사람이 있지요. 초기 무용가들이 오히려 역사의식이 상당히 있었고, 그 다음 세대는 서양 사람들 하는 것을 흉내 내고 따라가기에 바빴지요. 외국 것의 흉내를 내다보면 우리의 주체성이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는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계속 해서 그 사람들 하는 대로 따라 가고, 그 사람들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시대가 있었고요. 이제 와서 ‘내가 누군가, 내가 예술가인가, 내가 예술가라면 나의 뿌리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는 지점에 와서 그동안 등한시했던 전통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는 거죠. 그동안 서양에서 온 것을 상당히 앞선 것이라 믿고 해왔는데, 이제는 거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뿌리를 연결해 자신의 작품을 심각하고 진지하게 만드는 시대가 왔다고 봅니다.
사실 지금 대학 무용과도 많이 없어지고 무용계가 무척 어렵다고 하는데, 그렇게 어려운 시기에 예술적으로 뭔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원도 잘 되고, 상황이 좋을 때는 오히려 그걸 누리기에 바쁘고, 어려울 때는 탈출구를 위해서 뭔가가 나오는 거죠. 그런 면에서는 무용학과가 없어진 곳이 많고 생계가 어려워 졌지만,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무용계가 튼튼해질 듯해요.
일본만 해도 사실 무용협회에 젊은 무용가들이 거의 끼지 않아서 나와도 할 일없는 옛날 사람들끼리 모여서 잔재만 겨우 유지하고 있어요. 그에 비하면, 한국은 젊은 이사장으로 바뀌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어 앞으로 좀 괜찮은 게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그 괜찮은 것은 앞으로 서양 사람들 흉내 내고 따라잡는 게 아니라 우리 것을 잘 찾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봐요.

속속 만들어지고 있는 무용협동조합과 고려해야할 문제
심정민 _ 현재 무용계의 핫 이슈 중 하나인 협동조합에 대해서는 언급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발레STP협동조합이 성공리에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힘을 받아 현대무용협동조합이 갓 만들어졌고 한국무용협동조합도 올해 안에 공식 발족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장르 간 차이를 잘 고려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발레의 경우 고전 레퍼토리가 무척 많고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 창작까지 다양하게 할 수 있고요. 세 춤 장르 중 전문화, 선진화, 대중화가 가장 진척되어 있기도 하죠. 또 발레무용가들 중에서 비즈니스 마인드로 단체를 잘 운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춤 장르의 이런 무용가들이 모여서 협동조합을 만드니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성공을 거둔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현대무용이나 한국무용 쪽의 협동조합은 개인의 창작 쪽에 중심을 잡고 있을 테고, 발레에 비해서 재정적 여건이 부족하고 대중적 수용력이 약하고 시스템 구축이 어려울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이유로 인해 허리세대의 독립무용가들이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을 만들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선진적인 무용계가 잘 조성된 국가에서는 허리세대들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가운데 지원금도 많이 받고 스포트라이트도 집중되곤 하지요. 그런데 우리 무용계는 호리병 모양이어서 허리세대가 설 자리를 잃어 가다보니 서로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협동조합을 만든 것 같아요. 물론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공연 현장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만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좀 더 노력해야 합니다. 그 동안 한국무용협회에서 등한시했던 문제이니만큼 앞으로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김성한 _ 한국의 현대무용단체를 자세히 보면 동문단체를 제외하고는 단원을 데리고 있는 무용단체가 거의 없습니다. 다수가 프로젝트 단체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저 역시 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소수의 단원 혹은 학생들을 데리고 공연을 하는 게 현실입니다. 저희 무용단도 상주단체가 되기 전에는 10년 동안 지원금을 받은 게 1억이 안 됩니다.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공연한 게 너무 많은 와중에 마지막 심정으로 상주단체를 신청하게 되었고 강동아트센터 상주단체에 선정되어 더욱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무용단 운영과 기획에 자신 있던 저도 막상 상주단체에 들어가 일을 하다 보니 생각해왔던 것과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고난과 역경도 많았고 그만큼 경험도 많이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현대무용대중화에 앞장서고자 현대무용협동조합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레와 달리 현대무용은 생태계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현대무용을 대중화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였습니다. 현대무용이 발레와 다른 점은 무용계 내의 유명한 무용수조차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현대무용은 순수예술에 치중해서 그런지 오히려 그 장점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만의 리그가 된 것 같아 대중에게 좀 더 접근하자는 결론으로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현대무용가들과 대화도 잘 안 되고 무엇보다 다들 자기 주장이 강했지만 예술의 대중화라는 의견이 하나로 모아졌고 이후 조합원들이 조합에 대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올 6월 창립총회를 거쳐 9월 13~14일에 창립공연을 하게 됩니다.
남정호 _ 제 생각에는 현대무용 하는 사람들이 그동안 상당히 외로웠던 것 같아요. 작업 자체가 자기의 개성을 추구하고, 남들과 다른 것을 찾아야 하는 숙명이니까요. 그러면서도 무용가이기 전에 인간이니까 외롭잖아요.
제가 하나 걱정이 되는 것이, 협동조합이라는 말 자체가 그렇게 예술적이지 않거든요. 지금 현재 우리 주위에 있는 것이 정의롭지 못하다, 그래서 나 혼자 힘으로는 안 되니까 같이 모여서 맞서고 싶다는 뉘앙스가 보이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혼자서는 설 수 없으니까 너네끼리 모여서 소리 내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느낌도 있는데요. 80년대 후반에 김지하 씨가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고 했거든요. 이 말은 ‘힘을 합쳐야 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막연하게 믿었던 시대의 사람들에겐 납득이 가지 않은 주장이었을 것인데 오죽하면 김지하 씨가 그런 말을 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인간은 특별히 예술가는 뭉치는 것 보다 흩어진 개체로서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바로 서는 단계를 거쳐야한다고 된다고 생각해요. 무용가로서 몸 트레이닝을 얼마나 더 하고, 예술가로서의 자기 색깔을 찾느냐가 중요한 거예요. 물론 한편으로는 외로워서 함께 모였다는 점은 이해해요.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매주 만나서 회의를 하면 연습은 언제 하지? 같이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같은 철학을 공유하게 되고,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 작품이 재미없어지는 거 아니야? 협동조합의 공식 색깔이 나오는 거 아냐? 그렇게 되면 그렇잖아도 재미있는 현대무용이 많이 안 나오는 우리현실인데 걱정이네’ 하는 냉소적 시각을 가진 이가 나 혼자는 아닐 것 같습니다.
심정민 _ 협동조합의 장단점에 대해서 숙고해 봤습니다. 현재 무용계에서 난립하다시피한 갖가지 조직에 대해서는 저도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익이나 이권을 위해 변질되어 있기 때문이죠. 바로 이러한 무용계 상황이 허리세대로 하여금 힘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도록 몰아간 점이 없잖아 있어요. 너무 열악하게 활동하다 보니까 종국엔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되는데 활로모색을 위해 협동조합까지 가게 된 것 같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무용의 대중적 수용력을 높이면서 다양한 콘텐츠 및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목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만 그 이면에 건강한 공연생태계 조성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깔려있습니다. 예술가로서 공존하기 위해 뭉쳤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나쁘게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또 하나의 이익, 이권단체로 변질되지 않도록 초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원론적인 말입니다만 가장 꾸준하게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조합원이 되는 개별 무용가들이 협동조합 사업과 개별 창작작업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조합을 만들고 사업을 벌이고 지원금을 받는 등의 마인드와 예술적 순수성을 유지하면서 개별 창작작업을 펼치는 마인드는 극과 극에 가깝거든요. 이 둘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합원인 무용가 개개인이 깊이 숙고해봐야 할 겁니다.
남정호 _ 나라도 작은 데 각 대학에 무용과도 많이 있고, 무용 모임도 굉장히 많아요. 우리가 지금 한국무용협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학회가 있습니까? 또 얼마나 많은 협회가 있습니까? 또 하나 협동조합이 생긴 거죠. 또 하나의 세력이 생긴 거죠. 그래서 진정으로 필요할 때 힘을 모으기가 더 힘들어질 것도 생각해요. 거듭 이야기 하지만 개인이 강해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싶어요.
김성한 _ 우리나라 무용 시스템 자체가 학교 단위로 성장해왔잖아요. 학교를 배경으로 동문 무용단들이 파트 별로 성장해왔고, 거기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도태되는 게 사실 무용계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죠. 협동조합이 개인에게는 손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는데, 저는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측면을 많이 봤어요. 발레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성남시 등에서 관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많이 이루어져서 성공적인 프로그램들을 진행했고, 그 공연장에 수천 명 이상이 와서 관람하며 무용의 대중화 측면에서는 발레협동조합이 성공을 거두고 있어요. 반면에 현대무용 개인공연에 가보면 작품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갈 때가 있어 전공자인 저도 도저히 이해를 못 하는 공연이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일반 관객들이 과연 이 작품을 보고 다시 또 현대무용 공연을 보러 올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이에 현대무용협동조합이 만들어지면 단체 별로 가진 다양한 색깔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동시에 현대무용이라는 장르를 대중이 쉽게 다가가 즐길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에는 무용을 즐기려는 일반인 동호회도 굉장히 많이 생겼거든요. 전공자뿐만 아니라 단지 무용을 즐기고 자신이 직접 무용작품을 만들어서 실제로 무대에서 공연하고 싶어 해요. 그런 일반인들을 위한 교육 사업을 포함해서 협동조합이 다양한 무용 컨텐츠를 만들어내면 굉장히 유익한 교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현대무용협동조합 이사장 입장에서 말을 덧붙이자면 작은 희생을 통해서 현대무용계에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이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심정민 _ 예를 들어 개개인이 몰두할 수 있는 집중력이 100이라고 할 때 이전에는 80~90을 순수한 개별 창작작업에 몰두했다고 한다면 이젠 협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해 그 퍼센티지가 40~50으로 내려갈 수도 있는 것이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을 수 있는 것이 이치이니만큼 무용가 개개인이 예술적 수준 또한 놓치고 싶지 않다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시라는 조언일 뿐입니다. 결정은 개개인 무용가가 하는 것입니다. 협동조합의 경우는 본연의 취지를 잘 살려 실천해간다면 무용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조남규 _ 저는 개인적으로 협동조합이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 무용계가 대학 동문단체 위주로 성장해 왔고 나름대로 무용계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무용단체들이 많이 조직되었고, 이러한 단체들이 상호간 협력 속에 발전을 모색하는 단계에서 분야별로 협동조합이 구성되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발레분야의 협동조합의 성공적인 운영이 다른 전공분야에도 협동조합에 대해서 긍정적인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한 듯 합니다.
한국무용협회는 이러한 각 전공별 협동조합 활동에 앞으로 적극적인 후원을 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금년도 「서울무용제」 축제 부문에 발레협동조합, 현대무용협동조합, 한국무용협동조합을 모두 초청해서 공연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앞으로 무용 대중화 측면에서 많은 기여를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 무용계를 이끌어 갈 차세대 분들이기 때문에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성한 _ 협동조합에 대해 앞에 말씀하신 것에 답을 못 한 것 같아요. 협동조합에 대해서 남정호 선생께서 말씀하신 염려를 당연히 저희도 했습니다. 우리도 똑같이 힘을 가지려고 하는 거 아니냐, 많은 소리를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처음에 꺼낸 얘기가 ‘정치 같은 거 모른다, 우린 그런 거 관심도 없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한다’예요. 우리들은 협동조합에서 예술을 하겠다고 모인 게 절대로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현대무용을 대중들한테 좀 더 알리자는 목적으로 힘을 합친 거예요. 예술은 각자가 알아서 다 잘 하니까요. 현대무용은 어려워서 외국에서 박사를 하고 와도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많은 장르인 만큼 갑자기 다가갈 순 없으니까 관객과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거예요. 즉 저희 협동조합은 ‘예술의 대중화, 대중의 예술화’를 위해서 모인 거예요.
예를 들면 발레STP협동조합에서 야외나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이나 횡단보도 같은 곳에서 플래시몹 등의 시도는 사람들에게 발레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흥미를 유발하여 대중화에 기여하려는 노력이고, 이런 노력들이 모여 지금의 발레STP공연이 120% 티켓파워를 만들어낸 거죠. 발레계도 처음 협동조합을 시작할 때 5천 원짜리 티켓 200석도 못 채웠지만 6년이 지난 지금은 그들이 노력한 만큼 잠재되어 있던 발레 관객이 늘어났어요. 우리도 현대무용을 알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서서 직접 ‘현대무용 홍보대사’가 되는 겁니다. 사실 조합 내에 젊은 사람들도 처음에는 참여율이 저조하다가 지금은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강요에 의해서 한다면 누가 참여하겠습니까? 그만큼 현대무용가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중들에게 전하는데 있어 협동조합이 중간역할을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남정호 _ 현대무용협동조합은 서로가 안무가가 되고, 무용수도 되는 그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건 재밌겠네요.
김성한 _ 그렇게도 될 수 있습니다.

교육 정상화 필요 및 교육과 현장의 분리 진행, 그 속에서 부각되고 있는 국립무용센터
심정민 _ 무용계의 가장 큰 세력 영역이 대학이에요. 모든 대학이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적지 않은 대학에서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는지 의구심이 날 정도로 젊은 무용가들이 스스로 뭘 하는지도 모르고 움직이는 게 왕왕 눈이 띕니다. 앞에서 언급한 기본적인 역사의식도 그러하고 자기가 추고 있다는 최근의 춤 경향에 대한 이해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학에서 이미 깨우치고 나와야 하는데 졸업 후 현장에서 부닥치면서 배우다보니 그만큼 시간이 지체되는 감이 있습니다. 협회, 무용가 개개인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자성과 쇄신까진 아니더라도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아까 언급되었던 국립무용센터 같은 기관을 통해 보다 전문화되고 현장적인 그러면서도 열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되면 아카데미와 현장이 뒤엉켜 있는 현 상황이 좀 더 정리될 수도 있을 테고요.
남정호 _ 여태까지는 무용가의 90%가 대학 교수였잖아요. 저도 그 세대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그게 당연하게 분리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와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현장과 교육의 역할과 기능이 나뉘어져야 하고, 교육은 더욱더 교육적으로, 학문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공부를 하려고 하면 대학에 들어가고, 무용을 하려고 하면 대학에 갈 필요가 없게 될 거예요. 옛날에는 무용하고 싶어서 대학에 갔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에요. 앞으로 국립무용센터 같은 게 생기면 고등학교 졸업하고 무용하고 싶으면 국립무용센터에 가서 배우면 되는 거예요. 그렇게 자기한테 필요한 것만 섭취해서 무용가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사회가 돼야겠죠. 사실은 무용가들이 교육의 주체로 있으면서 교육의 본질을 상당히 위축시킨 면도 있어요. 교단에 있는 교수들이 무용단을 사조직화하면서 학생들을 자신의 도구로 무대에 세우는 상황이 편리하니까 오래 지속되어 왔지요. 그리고 학생들도 당연하게 교육을 기대하지 않고 무대를 기대하면서 대학에 들어오는 악순환이 계속 됐죠.
현 시스템에서 바뀌지 않는 대학은 도태되고 말 거예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현 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재양성에 유연하게 대처하여 변화를 해야만 하는 것을 몇 개의 대학의 무용과가 폐과가 되면서 이제야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정민 _ 국립무용센터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창작적업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그러한 공연을 잘 할 수 있게끔 교육이나 멘토링 같은 것도 다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남정호 _ 네, 파리에 있는 프랑스 국립무용센터는 방대한 자료를 소장하는 무용도서관과 공연장이 있고 그리고 세계각지의 무용가들의 작업을 엿볼 수 있는 아틀리에(워크숍)가 항시 운용되는 곳이죠. 현시점에서 가장 주목 할 것은 무용가 출신의 디렉터 마틸드 모니에가 개최하는 무용캠프입니다. 시작한 지 2년째이지만 2주간 동안 세계 곳곳의 무용교육기관이 참여하여 서로를 배우고 알아가는 여름 캠프입니다.
한국에 국립무용센터가 생긴다면 파라다이스가 될 것 같기도 하지만 프랑스가 우리나라와 다르니까 프랑스의 샘플을 참고하겠지만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조금 작지만 지금 서울무용센터가 있어서 재밌잖아요. 서울무용센터는 어찌 보면 좀 마이너 하면서 엑스페리멘탈(experimental)한 사람들 위주로 가고 있지만 신선한 무용사회를 보여줍니다. 대 사회적으로 일반 사람들이 아주 수준 높은 무용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들이 있더군요.
조남규 _ 저는 무엇보다도 춤창작의 기본 원동력인 상상력, 창의성, 융합성, 인문정신 등을 전문적으로 개발시킬 수 있는 과거, 현재, 미래의 춤지식에 대한 통합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립무용센터를 중심으로 당대 춤창작 및 당대 무용가들의 활동을 즉각적으로 기록하고 세계화시킬 수 있는 ICT 기반의 플랫폼을 개발하고,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춤콘텐츠의 개발하고 가동시킬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창작지원, 인력지원, 공연지원 등 무용계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들이 국립현대무용단, 국립발레단, 국립무용단, 한국전통공연예술진흥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서울무용센터, 전문무용수지원센터 등 여러 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국립무용센터를 중심으로 무용계 지원에 대한 통합적이며 발전적인 형태의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심정민 _ 마무리 하겠습니다. 제4차 산업 시대로 들어서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지각 변동이 굉장히 크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커다란 변화의 시대이면서 동시에 무용계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럴수록 확고한 목적의식과 비전으로 중심을 잡으면서 시대적, 예술적 다양성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물론 중심 잡기와 다양성 수용의 균형 잡기가 쉽지는 않습니다만 둘 중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되는 부분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무용협회든 협동조합이든 교육기관이든 또 무용가 개개인이든 각각의 본질과 본분을 지켜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수의 이익과 이권보다는 무용계 전체의 대의와 발전을 위해 합일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작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을 누구한테 바라고 기다리기 보다는 스스로부터 바뀌어 나가려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장시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