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80년대 누벨당스의 주역이자 몽펠리에국립현대안무센터 예술감독인 당신의 작품을 아직까지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으로 밖에 보진 못했지만, 작품마다 적극적인 오브제 사용이 눈에 띤다. 내가 정확하게 특징을 잡아낸 것인가?
* 정확히 말하자면 전반적으로 장면의 배경(scenography)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게 때문에 시노그래피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데, 예를 들어서 작품 내내 무용수들이 진짜 풀밭위에서 춤을 춘다던지, 최근작에는 아무것도 없이 바람만 이용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오브제가 아니라 커다란 무대의 공간과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작업이라고 밝히고 싶다.

─ 작품을 보지 않았어도, 불어를 몰라도, 영어로도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다.
* 그렇다. 솝 오페라(Soap opera: 주부들 시간대에 맞춘 낮 시간대 미국의 통속드라마)를 연상할 수 있다.

─ 게다가 비누거품을 이용하는 점은 비누, 즉 소프(soap) 그리고 종합극을 상징하는 오페라(opera), 즉 “거품극”이라고도 연상시킬 수 있다. 잠시 반짝하는 것을 거품현상이라고도 하기 때문에 연상하기 쉬우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한다. 이러한 점들은 작품에 대한 당신의 성향을 반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용수들 구성은 어떻게 되나?
* 다양한 배경을 가진 무용수들로 이루어졌다. 대부분은 무용전공자들이다. 하지만 『소아페라』의 경우에는 서커스 출신 한 명과 무용수(요안 드미쉴리)가 있다. 타이완 출신의 무용수(아이 팡린)는 발레와 전통춤을 사사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무용수들은 현대춤 배경을 가지고 있다.

─ 듣고 보니 개인적인 기억이 떠오른다. 80년 초 기계체조를 배운 적이 있었다. 당시 아크로바틱 기술이 춤에 적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기본이 되어버린 것처럼 춤에 적용할 만한 것은 모두 동원될 수 있으며, 반대로 몸을 잘 움직일 수만 있다면 누구나 무용수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읽혀진다.
영상을 검색해보니 한 작품에서는 중국 무용수가 중국어로 독백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꼭 단원들이 가지고 있는 요소를 이용해 캐스팅을 ‘디자인’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 그렇다. 나는 캐스팅을 디자인한다. 작품하나하나가 구체적이고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나는 영화감독처럼 그림에 맞게끔 새로운 인원들로 캐스팅한다.

─ 꽤 독창적이다
* 때에 따라서는 캐스팅이 대역이 있을 수도 있지만 원래의 무용수가 연기해야 그 작품의 성격이 드러난다. 앞서 말한 작품의 그 독백은 꼭 중국어로만 이루어져야 하며, 그 무용수가 빠지게 되면 공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 프랑스 학교 어린이들에게 한국춤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거기서 느낀 점은 미국이나 영국과는 달리 유럽 특히 프랑스인들은 다이내믹한 춤 보다는 생각할 수 있는 추상적인 면을 선호하는 것으로 인식이 되었다. 마치 프랑스 영화처럼 말이다
* 맞다. 의미심장한 것을 선호하지만 추상적이거나 무대화 된 춤 역시 선호한다. 나도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꽤 추상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대화된 작품을 선호하고 있다.

─ 당신과 같은 위치에서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 이유가 일방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고 상호상승작용하기 때문 아닌가.
* 당연하다. 서로 상호교환 하고 있다.

─ 창의력에 대한 평가는 어떤지 모르겠다. 국내에서는 학생들이 지도 교수의 스타일을 답습 하는 교육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에 상상력과 더불어 비판력이 아쉽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 몽펠리에에 있는 한국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굉장히 창의적이며 실력도 대단하다. 수업시간에 즉흥을 시키면 재빨리 창의성을 발휘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 명의 한국학생이 있다. 두 명은 학생이고 한 명은 무용단에 있는데. 그들 모두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분명한 아이디어가 있으며 창의적이다.
─ 몽펠리에 예술감독으로서의 생활은 어떻게 되나?
* 처리해야할 많은 일들이 있다. 큰 규모의 센터에서 일하면서, 창작하며, 학교에서 가르치고, 페스티벌 행사도 맡아야하며, 해외도 나가야하는 등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댄서들을 받아들며 단원으로 함께 일하기를 늘 바라고 있다.

─ 프랑스는 물론 많은 나라들이 문화정책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몽펠리에서는 어떤지? 정부와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어있나?
* 물론이다. 정부로부터 지원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안무센터 역시 국립기관으로서 교육부와 대학과도 연계되어있으며 몽펠리에 주 기관과 함께 서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대학 내에서도 안무센터와 같은 코스와 학과가 있다. 주정부는 금전적 후원을 하며 우리가 피드백을 주어야한다.

─ 한국에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되었다. 성공한 사례로써 어떤 조언을 할 수 있는지
* 프랑스는 30년 전 부터 현대춤을 밀었기 때문에 시스템이 대형화되었으며 잘 발달되어있다.

─ 많은 한국 무용수들이 몽펠리에에서 공부를 하거나, 몽펠리에를 방문하여 다양한 공연에 참가하기도 한다. 직, 간접적으로 한국 무용수들은 세계적으로 춤을 잘 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그렇다.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모여드는데 한국학생들은 춤 실력이나 창의력 면으로 유학생이나 방문하러 온 무용수들이나 별 반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 이들은 열심히 목표의식도 뚜렷해서 열심히 노력한다. 단지 내가 한국에 와서가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 『소아페라(Soapera)』는 2012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의 중심에 있는 작품이다. 현대무용가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음에도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당신 자신과 작품에 대해 소개를 해 달라
* 안무를 22살에 시작했으니 꽤 일찍 시작한 셈이다. 나는 여러 분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의 춤작품을 연구, 조사해오고 있다. 오늘날의 세상에 관한 새로운 질문을 늘 해왔으며, 정치적 질문도 내겐 중요하다. 사실, 많은 협업작품이 정치현실에 관한 것인데, 나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예술가로서 여러 사람과 나의 질문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며 이것은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창작은 소유가 아니라 모두와 공유하는 것이며, 이것이 나의 역할이자 신념이며 이를 무대에 옮겨놓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주장이 아니라 교환하는 것이다.
무용수들이란 언제나 정치적이다. 모여서 어떻게 작품을 창조할 것인가, 어떻게 들어 올릴 것인가 등등, 하나의 공동체로서 문제를 해결하고 인생을 나누기 때문이다. 다 같이 들어 올릴 것인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문제를 풀 수 있겠는지 세상에 대한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 늘 만나서 이야기하기 때문이며 이 또한 내가 항상 묻는 질문이다.

─ 그럴 때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나? 머무르기보다는 여행하거나, 한국 방문도 좋은 구실이자 기회를 만든 셈이겠다. 당신은 오랫동안 몽펠리에 안무센터의 장을 맡고 있다. 영광스럽지만 이러한 직책이 당신의 영감의 발목을 잡고 있지는 않은가
* 좋은 질문이다(웃음). 그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기관에 매여 있으면 자유롭지는 못하다. 1994년 부임해서 20여 년 동안 있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에 와서) 한층 자유로움을 느낀다.

─ 굉장히 바쁜 일정을 감당해 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직접 한국을 찾을 생각을 한 계기가 있나
*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의 무용수로부터 오래전부터 많이 들어왔었다. 컨템포러리 아트에 대한 이벤트도 많이 있다는 것을 들었지만 몽펠리에를 방문한 한국 무용수들의 작품도 봤기 때문에 SPAF의 제안이 왔을 때 응하게 되었다. 한국에 오게되어 기쁘다.